1. 피아제 Piaget(1896-1980)의 인지발달론
피아제는 인지발달 연구를 집대성한 사람이다. 피아제는 아동의 사고는 두 가지 과정을 통해 발달한다고 보았다. 즉 동화(assimilation) 와 조절(accomodation) 의 과정이다. 피아제는 일관성 있게 틀리게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사고 구조와 어른들의 사고 구조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피아제는 스키마 틀을 바꾸는 조절과 동화를 정리하면서, 인지발달은 스키마가 확대되고 정교해져 가는 것이라 말하였다. 또한 아동의 발달에서 중요한 것은 성숙이라 보았다.
예를 들면, ‘빨간색 음식은 맵다’ 라는 도식을 가지고 있는 유아가 있다면, 토마토케
첩을 보고 맵다는 동화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먹어보니 맵지 않다면 조절을
통해 ‘빨간 음식 중에 맵지 않은 것이 있고, 매운 것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이런 것을 통해 인지의 불균형 상태에서 평형화(equilibrium) 를 이루게 된다. 피아제는 인지발달을 4단계로 설명하며, 각 단계는 질적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단계를 뛰어 넘을 수 없고, 한 단계씩 이동한다고 보았다.
▶동화(assimilation) : 현재 가지고 있는 스키마에 기초하여 새로운 사건과 경험을 이해하려고 하는 일, 즉 가지고 있는 기존 스키마에 기초하여 새 경험을 일반화하는 과정이다.
▶조절(accomodation) : 새로운 경험에 맞추어서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는 것, 기존 스키마를 새 정보에 맞게 하기 위해 스키마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 스키마(schema) : 인지도식, 인식‧ 이해의 틀이다.
▶ 평형화(equilibrium) : 자신이 갖고 있는 이론에 새로운 경험이 부합되지 않으면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는 조절을 하는데, 동화와 조절의 균형이 깨지면 불평형 상태가 되고, 평형의 상태가 되도록 자신의 이론을 재조직하는 과정이다.
1) 감각운동적 지능 단계(sensorimotor intelligence stage, 0-2세)
이 단계는 언어를 사용하기 전이며, 환경에 대한 적응을 모두 감각적 운동과 활동에 기초한다. 이 단계에서는 새 정보를 얻기 위하여 감각운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단계이다. 즉 배가 고프면 빨고, 손발을 사용하는 등 환경에 반응하는 반사활동의 시기이다. 특별히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 실험을 통하여 6,7개월 된 아이의 눈앞에서 장난감을 천천히 숨겼을 때 아이는 장난감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즉시 무표정하게 있으며 장난감을 찾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즉 이 시기의 아이는 눈앞에서 사라지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시기이다.
▶대상영속성(object permanence) 실험은 물체 혹은 대상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할지라도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믿는 능력이 있는가를 가늠하는 실험이다.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gWJrZ7MHpY,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7&v=CQAMRlGyIXM
2) 전조작적 표상 단계(pre-operational representation stage, 2-7세)
언어를 배우고, 몸을 움직이면서 경험하는 시기이다. 언어가 발달하기 때문에, 감각운동적 활동이 없어도 대상을 이해하고 상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적인 논리적 조작이 아직 일어나지 않으므로 이 단계를 전조작적 사고 혹은 직관적 사고라 말한다. 이 단계에서 새로운 특성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특히 언어발달과 사회화는 대표적인 특성이다. 언어의 사용은 감각운동기 때부터 시작하여 세계로부터의 자기 구분을 더욱 가능하게 도와준다. 또 언어의 습득은 지적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피아제는 언어는 지적 발달에 본질적인 세 가지 중요성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첫째,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그들은 외부의 것에 대하여 이름 붙이고, 기억하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둘째, 단어가 내면화된다. 아동들은 내적 상태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셋째, 활동이 내면화된다. 이전까지는 순전히 지각적이고 운동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정신적 실험에 의하여 행동하게 됨을 말한다.
이 단계의 특성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진다. 피아제는 이것을 “집단 독백(collective monologue)” 이라고 표현한다. 즉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그들은 아직 자신의 관점을 다른 사람들의 관점으로부터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두 개의 다른 관점을 동시에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비가역성(非可逆性, irreversibility). 언어의 발달로 상호 의사 교환이 가능하게 되므로 사회화가 가능해지며, 이런 아동들에게는 규칙성을 갖는 놀이가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언어의 상호 작용은 근본적으로는 “집단 독백”이기 때문에 진정한 사회성을 누릴 수는 없다.
▶ 비가역성(非可逆性, irreversibility) : 한 방향에서만 생각한다. 즉 자신의 입장(영희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있고,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비가역성이다. 선생님과 영희의 대화를 예를 들어 보면,
선생님 : 영희는 언니가 있니?
영 희 : 네, 언니가 있어요. 숙희 언니예요.
선생님 : 그럼 숙희 언니 동생은 누구지?
영 희 : 몰라요.
이렇듯 피아제는 아동들의 행동과 사고를 자기중심성(egocentrism) 이라 특징 지었다. 즉 아동들은 다른 사람의 역할과 견해를 고려할 줄 모른다. 그는 누구나 자기와 같은 방법으로 생각하며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남도 생각한다고 믿는다. 그는 자기가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또한 이 시기에 다른 특징은 중심화(centration) 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상태의 아동들이 또래 집단의 사고와 부딪힐 때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조절하기 시작한다. 이 때 자기중심적 사고는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허물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는 6-7세가 되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래 집단의 사회적 상호 작용은 자기중심성을 무너뜨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전조작적 사고가 차차 무너짐에 따라 논리적 사고가 발생되게 된다.
3) 구체적 조작 단계(concrete operational stage, 7~11세)
어린이가 7세가 될 때부터 어린이의 사고 형태는 매우 빠른 변화를 가져온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점차로 사라지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고를 논리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협동심이 발달한다. 한 마디로 말해 참된 사회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때 나타나는 구체적 조작기의 사고는 전조작기의 사고를 질적으로 능가한다. 이 시기에 습득하는 주요 특징으로는 탈집중화(decentration), 보존성(conservation), 서열화(seriation) 와 같은 도식들이 나타나며 인과성, 공간, 속도, 시간 등의 질적으로 개선된 개념들이 발달한다. 따라서 구체적 조작기의 아동들은 전조작기의 사고보다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의 지적 활동을 획득한다.
▶ 중심화(Centration)의 문제는 한 부분만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중성의 사고이다. 예를 들면 이 시기의 아동은 같은 양의 우유를 하나는 넒은 컵에, 하나는 길고 좁은 컵에 담을 경우 길고 좁은 컵의 우유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는 넓이보다는 높이 개념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지각적 평가가 인지적 평가를 지배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것이 중심화 사고에 해당한다.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gnArvcWaH6I
▶ 탈집중화(decentration), 동시에 여러 차원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5세 어린이와 8세 어린이에게 나무로 된 20개 흰색 구슬과 7개 갈색 구슬을 보여주고, 이들 중 어느 색 구슬이 많은가를 물어 보면 8세 어린이는 흰색 구슬이라 말하지만, 5세 어린이는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다. 즉 8세 어린이는 나무와 구슬 희색과 갈색이라는 여러 차원을 동시에 생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보존성(conservation)이란 어떤 수 양 길이 면적 부피 등의 차례나 모양이 바뀌어도 그 특질을 유지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면 5세 아이와 8세 아이에게 똑같은 모양의 잔에 같은 높이의 물을 채운 a, b 잔을 보여 주고 어느 잔의 물이 많은가 물으면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높이 더 올라가는 긴 c 잔에 a 잔의 물을 담고 나서 어느 잔의 물이 많은가 물으면 5세 아니는 긴 c잔이라 말하고, 8세 아이는 같다고 말한다. 이는 5세 아이는 직관적 사고를 하고, 8세 아이는 모양이 달라진다 할지라도 양은 일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서열화(seriation)는 무게나 크기 등의 수량적 차원에 따라 여러 사물의 등위를 매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높은 수준의 논리적 조작과 같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구체적이라는 용어는 아동들의 사고 형태를 적절히 묘사한 말이다. 어린이들은 구체적인, 즉 실제적이고 관찰 가능한 사건의 문제 해결만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가설적이거나 순수 언어적인 문제에는 그의 논리를 적용시킬 수 없다. 따라서 구체적 조작기는 전논리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의 과도기적 형태를 띠는 것이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이런 자기중심성으로부터의 해방에서 근본적으로 또래 집단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 이제 규칙성을 갖는 게임놀이가 시작되고 집단 속에서 정당한 경쟁 정신도 싹튼다. 이런 능력은 사회화와 도덕적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다.
이와 같이 도덕성을 발달 심리학적인 견지에서 개념화 된 것이 피아제 이론에서 비롯된다. 피아제는 어린이의 도덕성 발달이 타율적 도덕성에서 자율적 도덕성으로 발달된다고 보았다. 보다 큰 어린이들은 자기중심성에서 탈피하여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협동의 도덕성을 따라 행동하는 자율적 도덕성으로 발달한다. 도덕은 인지적 성숙과 일치한다. 즉 환경의 영향과 인지적 발달의 다양한 시간표 때문에 사람들 마다 시기가 다를 수 있지만, 순서는 같다는 것이다. 즉 어떤 단계도 생략할 수 없고, 각 단계는 바로 전에 지나갔던 단계에 기초하여 형성되고, 다음에 다가올 단계에 기여한다. 여기서 피아제는 의지와 자율성을 강조한다.
4) 형식적 조작 단계(formal operational stage, 12세 이후)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는 형식적 조작의 사고가 발달한다. 전 단계의 사고방식인 구체적 조작적 사고기에서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체계화할 수 있고, 포괄적이며 철저하여 모든 사고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 조작기에서는 사건들을 분류하거나 한꺼번에 여러 가지 사건을 연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언어적이고 한층 복잡한 가설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청소년기에는 이러한 것을 풀 수 있는 조합적 사고, 가설-연역적 사고 가 가능하게 된다.
형식적, 조작적 사고는 날개를 가진 것 같은 자유로운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청소년들은 경험적인 사건을 초월해서도 사고할 수 있으며 이념적 상태나 규칙적인 규범도 형성할 수 있다. 청소년기 때에는 이렇게 완전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때문에 친구나, 부모, 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가혹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난다.
이 때 나타나는 지적 초월은 개인의 삶에 새로운 종류의 사고를 가능케 한다. 구체적 조작기의 어린이들의 사고는 상호 관계를 맺고 있는 것과 눈앞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만 사고할 수 있었으나, 청소년기 때에는 삶을 초월한 추상성 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형식적 조작이 가져온 새로운 능력이다. 인지 구조의 발달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하여 청소년기, 청년기에서 거의 절정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 평가 -- 보완필요
구조주의가 지니는 학문적 의미가 그렇듯이 피아제의 이론은 성인과 아동의 인지적 차이는 수준의 차이가 아니라 구조적 차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의 인간 이해에서는 성인의 인지적 능력이나 특성이 항상 완전한 상태이거나 표준적 상태로 인정되어 왔고 아동은 미숙하거나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따라서 피아제의 이론이 시사하는 것은 각 단계에 있는 인간은 그의 인지적 기능과 가치가 독자적임과 동시에 동등한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느 특정한 단계에 있는 인간이 다른 단계에 있는 인간을 배타시 하거나 자신의 단계에 맞추려는 강요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발달을 위한 교육과 양육의 책임은 단계별 특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동반적 촉진자로서의 노력에 의하여 수행된다 할 것이다.
피아제 인지 이론의 한계
➀ 각 인지발달단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데, 실제로 아동이 발달할 때는 두 가지 단계의 중간지점에 있거나, 단계적으로 중첩된 특징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꼭 어떠한 단계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간과하였다.
➁ 아동의 인지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➂ 아동의 인지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다.
➃ 청년기까지만 인지발달 단계를 제시하여, 그 이후의 인지발달을 간과하였다는 비판이 있다.
피아제 인지이론의 시사점 및 적용점
➀ 아동의 발달준비도,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교수전략, 교재, 학습 등을 제공하여야 함을 시사할 수 있다.
➁ 발달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교육 및 과도한 학습은 아동에게 혼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끌어 낸다.
➂ 아동이 주체적인 학습자임을 인정한다.
➃ 아동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예를 들면 자기중심적인 특성- 전조작기) 아동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2. 에릭슨 Erik H. Erikson 의 사회심리 발달이론
1) 에릭슨의 생애와 사상적 특징
에릭슨은 1902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덴마크계와 유태계인 사이에 태어났고 그후 부모의 재혼에 따라 유태계에서 생활하며 생소한 외모 때문에 이방인(비유태인)으로서 취급받았다. 이런 그의 삶에 정체감 혼란의 문제는 후일 그로 하여금 정체감 상실 위기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 경험이 되었다.
발달에 관한 정신분석이론 중 에릭슨의 이론보다 내용이 더 풍부한 것은 없다고 한다. 에릭슨은 프로이드의 각 단계에서 아동이 수행해야 하는 과업에 대해 새롭고 확대된 견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거기에다 성인기 이후의 세 단계를 새로 추가했다. 따라서 에릭슨의 이론은 전 생애를 포괄한다.
에릭슨은 사회성의 발전이 나이에 따라 발전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8단계를 나누는데 단계마다 계기와 관계에 따라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주요 관심은 이 단계마다 건강한 인격의 발달에 있다. 프로이드가 주로 정신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에릭슨은 건강한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에릭슨은 프로이드의 원본능(id)보다는 자아(ego)에 주된 관심을 갖는다. 에릭슨이 자아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인격이 성장함에 있어서 자아의 환경, 즉 사회와의 관계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에릭슨에게 있어서 인격은 일평생을 통한 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갖는 자아를 통해 인격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에릭슨의 사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➀ 단계에 근거한 이론(A Stage-based Theory)
이것은 인간 발달이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인간이 연대기적 순서로 올라간다는 여덟 단계의 발달을 나타낸다. 한 단계가 성공적이면 다음 단계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아진다. 이 단계들은 시기별로 나누어졌지만, 반드시 심리학적으로도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특별한 단계가 그들의 생애에 있어서 유별나게 강한 영향력을 구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첫 단계에서 신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동안 이 문제에 집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청소년기에 신뢰, 자율, 주도성, 그리고 근면에 대한 새로운 기초를 발견하기 위하여 과거의 단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각 단계들은 상호의존적이라고 할 수 있다.
➁ 양극의 단계(Bipolar Stages)
그의 이론의 각 발달단계는 두 개의 극(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가지고 있다. 에릭슨은 긍정적인 극을 ‘힘’, 그리고 부정적인 극을 ‘약함’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건전한 건강은 긍정적인 힘을 완전히 획득하고 부정적인 약함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둘 사이의 비율이다. 만일 철저히 신뢰만 하고 불신이 전혀 없는 사람은 위험과 적대적인 요소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따라서 심리적 힘은 부정적인 극에 대한 긍정적인 극의 우세를 요구하지만, 부정적인 극은 인생에 있어서 어떤 깊이나 복잡성을 더해주는 면도 있다고 본다.
➂ 순환적 과정(A Cyclical Process)
에릭슨은 첫 번째와 마지막 단계에서의 긍정적인 ‘극’(polar)인 ‘신뢰’와 ‘통합’사이의 어의적 유사성을 언급한다. 즉 어떤 의미에서 발달과정은 그것이 (신뢰로)시작하는 곳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 삶보다는 세대의 순환에 초점을 맞춘다. 즉 각 세대는 지나간 세대와 그리고 계속되는 세대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➃ 후성설적 기반(Epigenetic Ground Plan)
에릭슨은 인간 내면의 고상함(the high)과 저급함(the low)은, 성숙함이 유아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그것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듯이, 함께 존재한다고 본다. 이런 그의 윤리적 관점은 후성설적 원리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후성설적인 원칙이란 우리 몸의 각 기관이 생성하는 데 법칙과 순서가 있는 것과 같이 인간의 심리적 발달에도 일련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즉 “성장하는 것은 기반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서부터 지체가 자라나는데, 모든 지체는 그것들이 온전히 기능을 하도록 성장할 때까지, 각 지체가 특별한 우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때 각 단계는 체계적으로 다른 모든 단계들과 연관되어 있는데, 전 단계의 적절한 발달에 다음 단계가 의존하고 있으며, 각 단계는 결정적이고 위기의 순간이 정상적으로 오기 전에 어떤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➄ 과거와 현재의 조화
정신분석계통 심리학은 성인 인격의 형성에 있어서 외디푸스 콤플렉스 시기(4-5세) 이전 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 때문에, 청소년기, 젊은이, 성인들의 문제를 너무 초기 아동기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삶의 목표를 제시하고 앞을 향해 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과거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처해 있는 사회적 상황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자신을 형성해 앞으로 나가는 것을 그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그러므로 에릭슨은 사회심리이론에서 핵심적인 개인의 발달적인 것과 그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인 상황과의 상호작용을 인식할 때만이 사람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에릭슨은 인간성장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가정과 사회의 환경을 망라하는 에토스(Ethos) 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토스는 인간의 지속적인 성격·습성 따위 특성을 뜻하는 말로, 개인이 선천적으로 가지는 정체성을 찾으려는 것과 사회의 관계성에서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2) 에릭슨의 사회심리발달 8단계
에릭슨은 생애주기 발달과정을 8단계로 나누고 있다. 여기에서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사회심리적 갈등과 각 단계들의 긍정적인 모습인 덕목(virtue)을 소개하며 분석하고자 한다.
➀ 신뢰 대 불신(Trust vs. Mistrust – 출생 후~1년 동안의 시기)
이 단계는 구강적-감각적 단계이다. 프로이드는 이 시기의 구강적 측면만 강조했으나 에릭슨이 감각적 단계를 추가했다. 이 시기의 삶의 첫 과제는 신뢰와 불신의 위기를 다루는 것이다. 막 태어난 어린아이는 돌보는 사람(특별히 어머니)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가지려고 애를 쓴다. 이때 돌보는 사람의 행동에서 일관성과 예측성, 그리고 의존성을 발견하게 되면, 어린이는 부모에 대한 기본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만약 아기가 신뢰를 배우면 다른 사람에 대한 개방적 자세, 삶에 대한 긍정적 관점, 자신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자긍심을 배우고 얻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 위기가 성공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자신, 또는 세상을 신뢰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신뢰와 불신은 어머니와 유아가 접촉하는 시간보다는 관계의 질에 의존한다. 에릭슨이 이 시기를 인생의 초기단계 중 가장 비중 있게 취급했던 이유는 발달 특성으로서의 기본적 신뢰감이 인생 후기에서 갖게 되는 사회적 관계에서도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사실 사물과 대인적 신뢰감이 결손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에릭슨은 어느 정도의 불신감이 충실한 성숙함을 만들어내는 필요 요건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 두 요소 사이의 균형 중 신뢰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우세해야만 정상적인 발달이 된다.
사실 유아들은 잘 먹었을 때 행복을 느끼고, 배고플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들은 그들이 취하는 것들과 행복을 연관시킨다. 이때 탐식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리지 않고 먹는 것으로, 무차별적인 신뢰를 갖는다. 이것은 탐식과 중독(성인이 되어 나타나는 일중독, 알콜중독 등)이 긴밀히 관계되어 있음을 잘 설명해 준다. 이 탐식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희망(hope)이다. 우리가 진실한 희망을 가지고 있으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으며, 따라서 지금 여기서 과도하게 취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희망적인 사람은 세상을 대하는 데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니라 구별을 할 수 있으며, 또한 건전한 불신을 구사할 수 있다.
➁ 자율성 대 수치심 및 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 – 약1~3세의 초기 아동기)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여러 근육들도 마음대로 사용하려고 한다. 두 발로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이때는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어떤 물건을 잡거나 놓거나 던지기도 한다. 특히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자율성에 대한 표현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내가 할 거야” “안 해”라는 말을 함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한다. 이때 이들은 서로 상충되는 감정 –협력하고자 함과 내 마음대로 하고자 함, 유순함과 공격성, 복종과 고집- 속에서 투쟁하게 된다. 이때 수치는 다른 사람이 그의 행동을 인정치 않을 때 생기는 경험으로 예를 들면, 배변과정에서 자기 통제의 상실감, 보행시도 중 근육의 무능감, 자기주장에 대한 과잉 통제 등의 자율성 확보의 과제 해결이 실패하게 되면 수치를 느끼게 된다. 이때 수치심을 너무 많이 느끼는 어린이는 수치심을 주는 자들에 대하여 커다란 내적 분노나 반항을 일으키게 된다.
의심은 지나친 자기-통제에서 나타나는데, 타인과의 상호행동에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대신에 미리 이런 만남은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 의해 거부됨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자율성이 결여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자율성 대 수치심과 의심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결과로 나타나는 덕목은 의지(will)이다. 의지는 자기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통제되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지를 갖고 보이는 반응은 자존심을 빼앗기지 않고 우리의 상처 난 자아를 회복시키는 올바른 방법이 된다.
➂ 주도성 대 죄책감(Initiative vs. Guilt - 대략 4~5세)
이 단계의 어린이는 인간관계가 부모와 더불어 다른 식구들에게까지 확대된 상태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자신의 호기심이나 공격적 행위를 적절하게 제한하지 못하면 범법자 취급을 받게 되는데, 이때 죄책감이 생기게 된다. 주도성이 너무 지나치게 될 때 이것은 다른 사람들, 특히 부모나 형제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느끼고 공격적이거나 적대적이 됨으로, 여기에서 죄책감이 생기는 것이다. 즉, 이들은 부모로부터의 전적인 연합에서 벗어나 스스로 계획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도성과 여기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죄책감 사이의 갈등을 겪는 것이다.
이때 어린이는 한계가 없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한다. 그러나 보통 부모의 반응은 “거기에 가지 마라” “들지 마라. 너는 그것을 깨뜨릴거야” “어른이 말하는데, 방해하지 마라” 등이다. 그러므로 주도성이 발달되는 이 단계에 있어서 어린이는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한 영역을 설정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제한을 벗어날 때 그들은 잘못을 했다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때 덕목은 목적(purpose)이다. 이것은 “가치 있는 목적을 직시하고 추구할 수 있는 용기”로 한계를 모르는 탐욕 을 깨뜨리게 해준다. 이것은 어떤 한계 내에서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에, 남을 짓밟거나 남의 재산이나 안녕을 파괴하지 않는다. 탐욕이 “나는 그것을 가져야겠어. 나에게 줘”라고 한다면, 목적은 “흥미 있는데,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이지? 어떻게 작용하는 것이지?”라고 접근을 한다.
➃ 근면성 대 열등감(Industry vs. Inferiority – 6세~11세)
이 단계는 가족에서 학교라는 사회로 넓어진다. 이제는 사회에 의하여 성인과 같은 기능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술을 습득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요구를 받는다. 따라서 근면이란, 학업을 시작하면서 작업의 원칙을 익히고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쾌락이나 보람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는다. 더 이상 노는 것만을 즐기는 어린이가 아니라 무엇을 만듦으로서 인정을 받고 스스로도 뭔가 생산적이라는 느낌을 갖기를 원한다. 이런 사회적인 수단들을 다루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은 건강한 자기 평가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학습결과나 도구를 다루는 기술이 친구들에 비해 뒤떨어져서 바람직한 결과를 나타내지 못할 때 열등감이 생긴다. 만일 이런 단계에서 갈등이나 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 적절하지 못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경쟁이 저지되었다면 열등감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유능한 형제들에 비해 자신의 능력이 뒤떨어졌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열등감은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학생들은 나의 기술과 남의 기술을 비교하는데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에서는 늘 뛰어난 소수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부러워함은 아이들로 하여금 종종 인생이 불공정하다는 강한 느낌을 갖게 한다: “왜 그 아이는 스마트하고 나는 이렇게 바보 같지?” 그래서 때로 이 부러워함은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도 한다: “그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으면 좋겠어.” 부러워함은 무능력의 감정을 만들기에 이것은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므로 이에 반대되는 덕목은 능력(competence)이다. 능력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며 타인에 의해 위협을 당하지 않게 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정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➄ 정체성 대 정체성 혼란(Identity vs. Identity Confusion – 12세~18세)
이 단계는 청소년기에 해당되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도전 받으면서 질적으로 다른 자기 이해가 생겨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새로이 생겨난 감정들과 능력에 의해 발생한 기본적 질문임과 동시에 사회에 의해 주어지는 질문이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와는 달리 자신 속에 여러 다양한 자아들이 내재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또한 다양한 그룹으로부터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는데, 이때 자신의 일관성이 없음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체성을 형성하려면 이들을 잘 선별해서 자신의 내면성과 일관성을 이룰 수 있는 잠재적인 요소들을 선택해야한다. 이때 선택되지 않은 자아들은 거절하게 되는데, 이런 거절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의 나의 모습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다소 경멸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기 도 한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 내가 나 되는데 실패하게 되면 정체성이나 역할의 혼란이 오게 된다. 에릭슨은 청소년기 심리학적 문제들에 대한 연구에서 정체성 혼란의 본질에 대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체성 혼란은 어떤 경우에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병리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청소년기의 정상적인 위기라고 그는 말한다.
이 시기의 교만은 지나친 자기 존중, 자기중심, 자아에 대한 터무니없는 심취, 때론 종교적 우월성으로 나타난다. 청소년기에 이것이 잘 나타나는 이유는 이때가 자신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청소년기는 교만과 정당한 자아 사이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자아 정체성은 일관성이 있는 통합 적인 자아이지 결코 과장된 자아가 아니다. 이에 반대되는 덕목은 충실(fidelity)이다. 교만은 단지 자신에 대한 충성이지만, 충실은 타인에게 진실됨으로써 자신에게도 진실해지는 것이다. 신앙적으로도 ‘나 중심’에서 ‘하나님 안에서 중심적인 자아’로 전환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나 중심’인 교만은 신앙에 대한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➅ 친밀감 대 소외(Intimacy vs. Isolation - 성인기)
사춘기가 끝나면 초기 성인기에 접어드는데, 이 시기는 바로 그 사람의 인생 모습(life style)이 결정되는 때이다. 인생 모습이란 그 사람이 어떤 종류의 친구를 가까이 사귀며, 어떤 직업,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면서 노동과 여가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려 하는가, 또한 어떤 배우자를 선택하여 어떤 형태의 가정생활을 영위하는가 등을 의미한다. 이 시기는 여태까지 키워온 자아정체를 기초로 가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때이다. 이 같은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심리적 조건은 바로 친밀감이다. 친밀한 관계에 있을 때 사람들은 서로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서로 함께 변화해갈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친밀감이란 올바른 자아정체가 형성 된 다음에라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친밀한 관계 형성은 각자가 자신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존재라고 생각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결혼생활을 통하여 사랑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친밀감의 능력과 더불어 성숙된 남성적 혹은 여성적 자아정체라는 심리적 속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결혼 자체가 친밀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소외감은 자신의 자아가 상실되거나 타인의 자아가 위험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접촉을 두려워함으로써 생긴다. 이 단계에서 개방성과 상호성이 없다면 자연히 닫힌 정체성에 의한 소외감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성적 욕망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것은 나눔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사랑(love)으로 극복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실한 만남을 방해하는 모든 장벽을 허물 수 있고, 이 사랑 안에서 더 이상 과거의 나가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➆ 생산성 대 침체(Generativity vs. Stagnation - 중년기)
이 시기는 성인기로써, 정립된 자아를 통해서 이웃과 세계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실천하는 단계이다. 생산성의 우선적인 관심은 자녀를 생산하고 잘 가르쳐서 다음 세대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게 후성설적인 톱니바퀴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계획이나 목표를 성취하는데서 벗어나 이웃과 세계, 생태학적 위기에 대해서까지도 사랑을 가지고 돌보려는 성숙한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상에는 스스로의 결함이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다음 세대를 잘 양육하거나 교육 하지 못해서 생산적인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치게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인간과 세계에 대해 신뢰가 없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측면이 곧 침체성으로 나타난다. 침체성은 사람들을 돌보거나 양육하려는 동기와 열정이 결핍돼서 형식적으로만 이런 책임을 감당하려고 한다. 자녀를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고만 하지 다음 세대를 위한 마음으로 사랑하지 못할 때 부모는 침체성에 빠진 사람들이다. 에릭슨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을 “진실로 가치 있는 행동은 그것을 행하는 자와 받는 자 사이에서 상호성을 고양한다. 이 상호성은 다른 사람을 강화시키는 만큼 또한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을 강화시킨다.”라고 재구성한다. 이러한 에릭슨의 상호성(mutuality)이론(또는 동등한 배려)은 '세대에 기초한 이론'위에 세워졌다.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어른들은 또한 자신 안에 있는 필요들을 채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아들이 어른들의 따뜻하고 인정하는 얼굴을 보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어른들도 유아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유아가 음식물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어머니는 젖을 빠는 아이들로부터 기쁨을 얻는다. 또한 아이들을 돌보는 바로 그 행위 안에서 부모들은 그들 자신의 “가르치는 본능”(teaching instinct)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의지의 상실과 싫증냄으로도 나타난다. 이것은 남을 돌보지 않는 행위이다. 무관심은 “나는 정말 관심 없다. 나는 돌보야 하지만, 나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불의나 침체된 결혼,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한 다른 이의 공격 등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종교적 삶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내적으로 심오한 공허감을 가질 수 있다. 무관심을 깨뜨리는 배려(care) 라는 돌봄이 내면에서부터 만들어지는 내재적 힘이 된다.
➇ 자아통합 대 절망감 및 혐오감(Integrity vs. Despair and Disgust - 노년기)
이 단계는 인간의 모든 갈등이 조화롭게 통일되며 성숙한 경지에 도달하는 시기 이다. 이 시기의 특징은 첫째로, 자신의 삶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삶을 만족과 감사로 받아들이며,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도 받아들이고 죽음으로 끝나는 생애주기를 초월하려는 궁극적 관심까지도 갖게 한다. 둘째로, 세대와 세대 간의 계속성에 참여하는 일이다. 전 단계의 생산성이 타자에 대한 돌봄을 말하는 것 이었다면 자아통합은 이전 세대와 동지의식을 갖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위해 시공을 달리해서 몸 바쳐 일한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셋째로, 유년기의 순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젊은 날의 자만심이나 방어벽이 성숙함으로 흡수되어 거짓이나 위선이 ‘노숙한 순진성’(senile childishness)으로 순화되는 것이다. 이런 특징으로부터 지혜가 터져 나오고 만인을 공감케 하는 기지가 넘쳐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런 통합과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혐오감이나 절망감이 나타난다. 자신을 향해서 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후회하거나 염세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고, 타인을 향해서는 아무리 값진 일을 해낸 인물이라도 경멸하려든다. 이것은 자신의 후회스러운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려는 것이다. 만일 타인을 수용하지 못하면 자신을 혐오하거나 절망감으로 보복하려 하면 고독과 거부로 인해 오는 세상에 대한 싫증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절망이라는 이름하에 나타나는 여러 감정들에서 보여지는데, 슬픔, 의기소침, 불평, 자기경멸, 타인경멸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쉽게 분노나 원망으로 바뀌어 진다.
우리가 이전에 관심과 정열을 갖고 투자했던 세계(사람들과 모든 사물들)가 이제는 혐오스럽게 취급된다. 이러한 우울을 깰 수 있는 덕목은 지혜(wisdom)이다. 지혜는 “죽음의 면전에서 삶에 대한 초연한 관심”이다. 지혜에도 욕망이 있을 수 있으나, 이전의 욕망의 대상을 이제는 멀리서 사랑할 수 있는 것으로 초연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 대해 돌아서지 않으면서도 세상에 대해 포기하는 것이다.
❚평가
에릭슨의 이론에 대한 비판도 있다. 자아 역할이 과하게 정해져 있으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사회적인 요구에 대한 개인적 노력만 강조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 이론은 사회와 환경에 적응해 가는 인간의 노력이 발달과 성장을 이루는데 중요하다는 의미가 있다. 에릭슨의 8단계 심리사회적발달이론을 보면 전 생애에 걸쳐 연령대 별로 넘어야 할 산(과업)이 있다. 그 때 해결해야 할 쟁점을 넘지 못한다면 이는 다음 연령대에서도 이어진다. 예컨대 청소년 때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체감' 획득에 실패했다면 스스로에 대한 혼란이 이후에도 지속된다.40대, 50대가 되어서도 내가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당사자가 그 시기에 필요한 발달과업을 이룰 수 있도록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도움과 주의가 필요하겠다.
3. 로렌스 콜버그 Lawrence Kohlberg(1927∼1987)의 도덕성 발달단계
피아제의 이론을 확대하여 도덕성의 인지발달이론을 확립한 이론가가 콜버그이다. 콜버그는 피아제의 2단계 구조설이 도덕적 행동과 관련된 인지구조를 너무 단순화시킨 것으로 보고, 사회문화적 보편성을 지닌 인지구조와 발달단계 가설을 세워, 피아제가 주로 어린이를 연구의 대상으로 한 것에 비하여 성인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피아제의 방법에 따라 도덕 판단의 발달 단계를 6단계로 설정하였다.
1) 전인습적 도덕성 (pre-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선악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해석이 신체적이거나 감각적인 행동의 결과에 의하여 된다. 따라서 이 해석은 세력을 가진 사람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대체로 아동기가 해당되며,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발달이 고정된 일부 성인들도 포함된다. 아동의 생활에서는 성인들이 쾌감과 괴로움을 주는 도구가 되며 규칙 또한 그들에 의해서 주어진다. 그러므로 규칙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다만 규칙은 즐거움과 괴로움을 주는 행동이 무엇인가를 지적해 주는 역할만 할뿐이다.
- 1단계 : 복종과 처벌 지향 (2~6세)
벌을 피하기 위해 복종하는 단계로,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보상과 벌을 통해 선악을 구분한다. 그러므로 권위와 권력에 복종하는 것은 기본적 도덕 질서를 존중한다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거나 무조건적인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는 자신과 타인의 관점을 구성할 수 있고 연관시킬 수 있는 도덕적 판단 능력이 없기 때문에 권위에 무조건 복종하는 수준의 도덕성을 보인다.
- 2단계 : 개인적 보상 지향 (7~12세)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단계로, 아직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점이 다름을 알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식하고 고려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일종의 교환관계로서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상대적 쾌락주의에 지배받게 된다. “네가 나에게 잘해 주니까 나도 너에게 잘해 줄 것이 다”라는 식이다. 이런 정도의 사고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도덕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규율과 안내와 명령이 요구되어진다.
2) 인습적 도덕성 (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가정·사회 등 집단의 기대를 따르는 것이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가치를 지니는 것이라고 판단하며, 단순히 사회의 정서에 피동적으로 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정당화한다. 이처럼 개인의 기대나 사회의 질서에 순응하며 충실하려는 것은 그 대상과 동일시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이 수준의 특성은 집단을 귀하게 여기고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되어 사회화의 속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령적으로는 청소년의 특성에 비교된다. 자신이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만족을 얻는다. 때로는 극단적인 희생과 고통도 역할 정의와 역할 수행을 위하여 지불한다.
- 3단계 : 대인관계 조화 지향 (13~20세)
올바른 행위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도와주며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이 승인하는 행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 ‘착한 소년, 좋은 소녀’라는 표준에 맞추어 행동하려고 한다. 좋은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돕는 것이며 또한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행동이다. 이들은 좋거나 옳은 것 혹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기에, 비로소 행동이 동기에 의하여 판단되는 때이며 “좋은 뜻으로 한 것이다”라는 말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나와 너의 관계를 넘어서는 사회적 관점은 나타나지 않는다.
- 4단계 : 법과 질서 지향 (21~35세)
이 단계에서 아동은 사회질서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법의 기능을 개념화하게 된다. 올바른 행동이란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고, 합법적 권위를 존중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행동이다. 이때 올바른 행동은 규칙에 대한 존중과 교회나 국가처럼 정당하게 구성 된 권위에 대한 존중을 요한다. 3단계는 개인 상호간의 제한된 관계였으나, 4단계는 그것들을 포함하고 더 나아가서 전체적인 사회 조직과 질서의 관점에서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너무 권위와 사회질서를 중요시하다가 단지 사회적인 틀에 맞추게 되는 경향도 있다.
3) 후인습적 도덕성 (post-conventional level)
이 수준에서는 도덕적 가치나 권위가 개인이나 집단의 권위와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서 타당성을 가짐을 깨닫게 된다. 이전의 단계들이 사회제도에 대하여 적절한 지각을 갖게 되는 편이라면, 이 수준에서는 모든 제도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찾아내고자 하는 관심을 갖게 된다. 현재의 사회적 제도가 최상의 것인지를 질문하게 되며 때로는 그 사회적 규범을 초월하여 스스로 양심에 비추어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기존 관습을 거슬릴 수 도 있는 높은 수준의 원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사람의 존엄에 관심을 갖는 원리이다.
- 5단계 : 사회계약정신 지향 (36~60세)
4단계에서는 법을 질서유지라는 관점에서 보았지만, 5단계에서는 법 배후에 있는 정신, 즉 개인의 복지를 최대한으로 유지하려는 관점에서 보게 된다. 이 단계에서 올바른 행동은 개인의 기본 권리와 사회 전체가 합의에 도달한 도덕기준에 비추어 규정된다. 사회적 합의로서의 법과 제도가 중요시되지만 사회적 유용성이나 합리성에 따라 법과 제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중요시 된다. 자유·정의·행복추구 등의 제도적 가치가 법보다 상위에 있음을 어렴풋이 인식하는 단계이다. 따라서 4단계에서는 다수가 찬성하는 법이 민주적인 법이라고 이해되고 소수는 나쁜 것이라는 근거로 법을 준수하나, 5단계에서는 소수를 희생시켜도 된다는 공리적인 원칙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아 야 한다는 동등성의 원칙이 주장되어, 여성이나 장애자나 소수에 대한 책임 의식이 생긴다.
- 6단계 : 보편적 도덕원리 지향 (61세 이후)
도덕 판단을 보편적, 우주적 원리에 따르는 단계로, 이 단계에서 올바른 행위는 스스로 선택한 도덕원리에 따르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단계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원리는 매우 추상적이며, 여기서 도덕원리란 공정성·정의·인간권리의 상호성과 평등성·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포함한다. 콜버그가 장기적으로 연구했던 피실험자들 중 어떤 사람도 이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
❚ 이론의 예시와 검증
콜버그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10, 13, 16세의 소년들의 반응을 토대로 피아제의 도덕발달이론을 정교화하고 확장시켜왔다. 소년들은 두 가지, 즉 규칙, 법, 권위적 인물에 복종하는 것과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런 규칙과 명령을 어기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하인즈가 약을 훔치다
"유럽의 한 부인이 특수한 종류의 암을 앓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 부인의 병을 치료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약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약은 같은 마을에 사는 어느 약사가 최근에 발명한 라디움 종류의 약이었다. 그 약을 만드는데 원가가 상당히 비싼데다가, 그 약사는 약값을 원가의 10배나 요구하였다. 라디움을 200 달러에 구입해 가지고 그 조그만 약을 2,000 달러에 팔려고 한 것이다. 병든 부인의 남편인 하인즈는 돈을 구하기 위해 아는 사람들 모두 찾아 다녔으나 그 약값의 절반밖에 안 되는 1,000 달러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하인츠는 그 약사에게 가서 자기 부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약을 1,000 달러를 받고 싸게 팔거나, 아니면 외상으로라도 자기에게 팔아주면 다음에 그 돈을 갚겠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 약사는 "안 됩니다. 그 약은 내가 발명한 약인데, 나는 그 약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절망에 빠진 하인즈는 결국 약방을 부수고 들어가서 자기 부인을 위하여 그 약을 훔쳐내었다."
콜버그는 소년들의 도덕적 추론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남편은 약을 훔쳤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만 하는가?
·약제사는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약제사가 부인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한가?
·만약 정당하다면 그리고 부인이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약제사를 더 심하게 처벌해야 할까?
1) 제1수준, 전인습적 : 전도덕성
도덕적 선악의 개념은 있으나, 판단은 권위자의 힘이나 개인적 욕구에 관련시켜 해석한다.
- 1단계(주관화 - 복종과 처벌지향)
하인즈가 약을 훔치는 것은 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판단한다. 권위자의 벌을 피하고, 권위에 복종한다. 3세~7세에서 나타나는 이 단계는 벌과 순종을 향하여 있다. 놀이 친구를 고자질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 나이 또래의 어린이는 "차라리 말하겠어. 그렇지 않으면 매 맞을 거야."라고 말할 것이다.
- 2단계(상대화 - 상대적 쾌락주의)
약을 훔쳐서라도 하인즈는 자기 아내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자신의 욕구충족이 도덕 판단의 기준이며, 욕구 배분의 동기는 있으나 자신의 욕구충족을 우선 생각한다. 8세~11세의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이 단계는 순진한 도덕적 상대주의(naive instrumental relativism)에 있게 된다. 앞 질문에 대하여 어린이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답변할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고자질하지 않겠어요."
2) 제2수준, 인습적 도덕성 : 타율 도덕성
자신이 속한 집단의 기대나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기며 사회질서에 동조하고자 하고 힘 있는 사람과의 동일시를 하려 한다. 다른 사람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사회 지향적 가치기준을 갖는다.
- 3단계 (객체화 - 착한 아이 지향)
하인즈가 약을 훔치는 것은 약사의 권리를 침해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대인 관계 및 타인의 승인을 중시한다. 12세~17세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이 시기는 상호 인격적 일치가 나타난다. 청소년은 다른 사람의 관점과 의도를 이해할 수 있고, 고려할 수 있다. 정의는 항상 다른 사람을 부정하고 해치지 않는 옳은 것에 대한 인습적 형상(image)을 포함한다. 아무리 반항적인 청소년일지라도 항상 그들의 도덕적 개념을 유지해 주는 동년배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의 도덕적 판단의 특징적인 결과는 보다 덜 반항적인 청소년들과도 마찬가지이다.
- 4단계 (사회화 - 사회질서와 권위 지향)
법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하인즈의 행동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사회 속에서 개인의 의무를 다한다. 18세~25세 시기에 주로 나타난다. 이때에는 법과 질서가 호소력이 있다. 친구의 비행을 말할 것인가, 아니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행위가 법을 어겼는가? 또는 공공의 질서를 심각하게 방해 하였는가? 이다. 정의는 자신의 의무를 행함으로, 자기 자신의 사회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소수의 권리에 대한 예리한 감각은 없다.
3) 제3수준, 후인습적 도덕성 : 자율도덕성
자신의 가치관과 도덕적 원리원칙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별개임을 깨닫게 되면서 개인의 양심에 근거하여 행위를 하게 된다.
- 5단계 (일반화 - 민주적 법률)
하인즈가 약방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은 잘못이나 인명을 구하기 위한 일이므로 용서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공리주의, 가치기준의 일반화를 추구한다. 25세 이상의 시기에 나타난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상호 유익을 위하여 합의를 시도한다. 그러므로 소수까지 포함된 모든 개인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모두의 관심거리가 된다. 어떤 친구의 비행을 말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이제는 그 친구가 그 행위를 하게 된 이유에 달려 있게 되고, 가능한 여러 행동이 그 친구와 보다 넓은 공동체에 끼칠 영향력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의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 6단계 (궁극화 - 보편적 원리)
법이나 관습 이전에 인간 생명이 관여된 문제로서 생명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보편적 도덕원리지향을 한다. 스스로 선택한 도덕 원리, 양심의 결단에 따른다. 제 6단계에 있어서 보편적 도덕의 원칙을 인식하게 된다. 사회적 질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와 모든 사람을 결속시키는 도덕적 원칙에 대한 존중이 극에 달하게 된다.
- 7단계 : 우주적 영생을 지향하는 단계
콜버그는 말년에 7단계를 추가한다. 그것은 도덕 문제는 도덕이나 삶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주적 질서와의 통합이라고 보는 단계이다. 예수, 간디, 마틴 루터 킹, 공자, 소크라테스, 칸트, 본 회퍼, 테레사 등의 위대한 도덕가나 종교지도자, 철인들의 목표가 곧 우주적인 원리이다. 우주적인 원리가 속하는 것은 '내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율과 같은 곳에서 드러난다. 생명의 신성함, 최대다수를 위한 최선의 원리, 인간 성장을 조성하는 원리 등이 우주적인 원리에 속한다.
콜버그 이론에 대한 연구 결과 모든 사회에서 성인 대부분의 도덕추론수준은 인습적 도덕수준(3,4단계)에 머물러 있다. 콜버그에 의하면, 이와 같이 도덕발달이 멈추거나 한 단계에 고착되는 이유는 개인이 현재 수준의 도덕적 추론방식을 반성할 충분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이론의 특징과 평가
첫째로 도덕발달 단계들은 불변의 연속성(invariant sequence)을 이루고 있다. 극단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은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은 반드시 순서에 따라 각 단계를 거쳐간다. 다시 말해서 도덕 발달은 다른 모든 발달처럼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진행되므로 하룻밤 사이에 지고의 도덕군자로 변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둘째, 단계들은 계층적 통합(hierarchial integrations)을 이루고 있다. 낮은 단계는 높은 단계의 도덕적 추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높은 단계는 낮은 단계의 도덕적 추론을 포괄하고 이해한다. 단계의 이동은 도덕적 추론을 구성하고 있는 일련의 인지적 구조가 재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발달은 인지적 불균형(disequilibrium)이 생성될 때 발생한다. 도덕적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인지적 판단이 서지 못한 상태를 불균형이라 한다.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현재의 인지적 판단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새로운 인지적 구조로 전환하여 해결해 나가는 것 이 발달의 특성이다.
콜버그의 도덕발달이론을 통해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더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발달단계가 높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성숙했다고 확신할 수 없었지만, 학습자의 수준을 파악하여 보다 적절한 도덕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의 지능발달에 의한 성적위주의 교육보다는 올바른 선한 심성을 가진 전인교육의 필요성을 생각해 본다.
4 제임스 파울러 James Fowler의 신앙발달이론
파울러의 이론에 따르면 신앙의 성장은 일평생을 통하여 일곱 번의 질적 변화를 겪으면서 단계적으로 성장한다. 그는 이 신앙의 단계들을 다음과 같이 6단계로 구분한다. 파울러가 사용한 ‘신앙’의 의미는 어떤 특정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 관심이자 근본적이 요소이다. 그는 신앙도 인지능력이나 사회성과 같이 인간의 원초적인 능력이며, 인간이 태어난 직후부터 시작되는 발달의 여정을 갖는 것이라고 보았다. 파울러는 인간발달과 신앙의 6단계를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것으로 설명하며, 따라서 단계에 따라 신앙교육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와 같이 파울러의 신앙발달 이론은 ‘신앙’을 다루는 신학과 ‘발달이론’과 관련된 발달심리학이 교류하여 형성된 이론이다. 이는 그의 이론이 교차 학문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말한다. 신학과 관련하여 파울러의 신앙발달 이론과 가장 밀접한 입장은 트레이시가 주장한 “수정주의 신학” 모델이라고 하겠다. 이 모델은 기독교 전통과 인간 경험을 동시에 중요하게 여기면서 그 둘 사이의 비판적 상호관계를 강조한다. 이러한 상호비판적 방법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기독교 전통과 현재의 상황과 도전이 동등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전통 신학의 경우 기독교 전통, 적어도 성서는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반대로 자유주의 신학에 있어서는 현재의 상황에 지나치게 기울어짐으로써 기독교 전통에 대한 소홀함을 가져 왔다. 그러나 파울러의 입장에 있어서는 기독교 전통과 현재의 상황은 둘 다 동등한 입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둘째로, 이 둘의 관계는 상호 비판적 상호관계(mutually critical correlation)이다. 전통과 상황은 대화적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서가 당시의 상황과의 대화적 관계 가운데서 기록되었다면 오늘의 신학도 현재의 상황과 도전들과 대화해야 한다.
셋째로, 이러한 신학적 노력은 항상 교회라는 프락시스(실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천 신학의 본질은 교회를 섬기는 것을 그 본분으로 한다. 교회의 말씀의 선포와 성례의 의미를 재해석하며 개개의 영혼을 돌보고 치유한다. 그리고 개인의 변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일에 참여하며 평신도들이 이 세상 가운데서 사명을 감당하도록 뒷받침한다.
이런 관점에서 파울러는 리차드 니버로 대표되는 신학적 전통과 다른 한편으로는 피아제, 콜버그와 같은 구조주의 발달심리학자와 사회심리학자 에릭슨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이 두 원천(신학과 심리학)을 상호 비평적 관점에서 신앙발달 이론을 전개한다.
1) 제0단계 (영아기와 미분화된 신앙, Undifferentiated faith 태어나서~3세)
이 단계는 원천적 신앙(primal faith), 미분화된 신앙(Undifferentiated faith), 또는 단계 이전의 신앙(pre-stage)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아직 신앙의 단계라고 부르기에는 이르며 오히려 신앙의 기초가 되는 덕목들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울러는 이를 신앙의 전 단계(0단계)로 구분하여 신앙의 순례여정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로 보았다. 비록 신앙 형성 이전 단계라고 하더라도 이때 아기가 양육자나 주변의 의미 있는 사람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기초하여 형
성되는 신뢰감, 상호성, 희망, 용기 등의 긍정적인 정서나 이와 반대되는 정서들은 앞으로 그의 신앙발달에 근간이 되어주는 중요한 요인으로서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는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하나님과 관련된 강력한 이미지들이 싹트는 시기라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때다.
에릭슨의 이론에 따라 파울러는 이때가 양육자와 영아 사이의 신뢰감(기본적 신뢰)이 형성되는 시기임을 강조한다. 이 시기에는 신뢰, 용기, 희망, 사랑이 미분화된 형태로 혼합되어서 영아가 양육자로부터 받는 경험들, 즉 방치나 비일관적 양육태도, 결핍된 보살핌 등을 통하여 신앙을 형성한다. 만일 주된 돌봄자로부터 신뢰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불신과 절망과 같은 자질들이 인격의 밑바닥에 자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영아에게 형성된 ‘상호관계의 질’은 이후 신앙발달의 기초가 된다. 파울러는 이 단계의 힘을 ‘기본적 신뢰’와 양육자와의 관계적인 ‘상호성의 경험’이라 하였고, 반면 이 단계의 위험은 ‘상호성의 실패’로, 이는 과도한 자기도취성 또는 고립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2) 제1단계 (직관적 투사적 신앙, intuitive-projective faith 3~7세)
이 단계에는 대략 3~7세경의 유아가 속하며 파울러는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반영하여 직관적-투사적이란 명칭을 부여한다. 환상적이고 모방적인 신앙의 성격을 보여 주는 단계인데, 물론 아동의 모방의 대상은 자신과 중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성인들로서 그 성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모든 것이 그들에게 매우 강렬하고도 영구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때는 또한 자기인식이 시작되는데, 아직은 타인의 관점을 취하지 못하는 자아중심적 특징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유아는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자기의 흥미와 경험 등을 투사하여 사물을 인지한다. 즉 외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이나 상상들을 투사하여 판단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파울러는 이 단계 유아의 중요한 사고방식을 환상 또는 상상이라고 칭하고 이에 주목하였다. 이들에게 환상은 삶에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 ‘궁극적 환경’을 구성함으로써 유아의 자아를 방향지울 정도로 그 역할이 중대하다.
이 시기에는 특히 신앙의 중심 이야기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강조를 두어야 한다. 이때 이야기식 말하기(story-telling)가 가장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오랜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그 전달하는 방식과 어린아이들의 배우는 방식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서도 요셉을 색동옷 입은 아이로만 기억한다거나 야곱은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로 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
1단계의 신앙의 힘은 상상력의 시작인데, 이로 인하여 아이는 직관적 이해와 감정을 실존의 궁극적 조건들과 연결시켜 주는 이야기들에 제시된 대로 통일하고 파악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위험은 상상력으로 인하여 공포와 파괴의 이미지에 사로잡히거나, 금기들, 도덕적‧ 교리적 측면의 지나친 강요에 의하여 아이의 상상의 힘을 고의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들의 신앙은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며 그들의 신앙적 행동, 태도, 본보기 등은 이들의 신앙 형성에 강력하고도 영구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부모가 여전히 가장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3) 제2단계(신화적-문자적 신앙, mythic-literal faith, 7~12세 초등학교 시기)
이 단계에 속하는 7~12세경의 아동은 이전의 유아 상태의 인지적 한계들을 벗어나서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의 아동은 가상적인 것과 실재(實在)를 분류하려고 노력하여 이들의 사고는 보다 논리적이 되며, 자아중심성에서 탈피한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여 들었던 이야기들을 자기 것으로 재현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재현할 수도 있게 된다.
이때 어린이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야기나 신앙, 관습 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이 시기의 어린이들에게는 소속감이 중요한 욕구이다. 이때는 피아제가 말하는 ‘구체적 사고’가 가능하므로, 자신의 경험을 순서적인 일렬의 사건으로 정리하게 되며,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능력이 생겨나게 된다. 이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 오게 되는데 이 시기에 상호 공정성을 중시하는 도덕의 개념을 갖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할 점은 2단계 수준의 신앙형태가 청소년이나 성인들에게서도 관찰되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발달의 단계들은 각 개인의 생활연령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나, 단계의 전이가 자동적으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아직 이야기의 일차적 의미를 파악하고 전달하는 것 외의, 이야기에 대한 성찰과 판단과 같은 2단계의 사고는 열려있지 않기에 파울러는 이를 신화적-문자적 신앙이라 칭한다. 아동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구성할 수도 있지만(신화적) 이야기의 문자적인 의미에 머문다는 특성 또한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파울러는 이 단계의 신앙의 힘은 이야기 능력에 대한 성취로, 이 단계의 위험은 지나친 문자적 해석으로 인한 과장된 완전주의와 같은 오류에 빠지는 것으로 보았다.
이 단계의 신앙의 힘은 설화, 이야기, 신화 등을 사용하여 자신의 경험에 틍일성을 찾는 것이다. 위험은 이들이 갖고 있는 문자주의적 태도가 가져오는 한계와 상호간의 지나친 의존은 지나친 통제, 과장된 완전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며, 또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타인의 냉대는 자신이 가치 없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4) 제3단계(종합적-인습적 신앙, synthetic-conventional faith 청소년기)
대개의 경우 청소년들의 개인의 경험이 이전의 시기에 비해 크게 확장된다. 가정을 넘어서서 학교, 일터, 또래 집단, 거리, 대중매체 등이 그들의 삶의 자리에 들어온다. 이제 다양한 집단을 경험함으로써 신앙은 정리되며 종합되어야 한다. 이 시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논리적 사고의 성숙에 있는데, 추상적이고 가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대부분의 신학적 개념들이 이해된다. 이러한 사고의 성숙은 관점 채택에 있어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의 느낌, 생각, 관점, 기대에 민감해지며 이것이 자신의 신앙이나 도덕, 정체 형성의 기초가 된다. 그러기에 이 시기의 신앙은 동조의 신앙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의 인습적 사고는 전통적으로 권위의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에게서 의심 없이 권위를 찾으며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집단과의 일치감을 형성한다.
이 수준의 신앙은 개인으로 하여금 보다 확대된 세계에의 경험을 가능케 해준다. 이때 신앙은 가치들, 정보들은 종합해 주며, 정체성 형성과 조망의 근거가 되어준다. 그러나 3단계의 가장 분명한 특징은 인습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아직 스스로 설 수 있고, 결단할 수 있는 확고한 신앙의 정체성은 소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비록 가치와 신념의 집합체인 이념을 소유하고는 있어도 그것을 객관화시켜 의미를 의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부분 그것의 소유 여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인습적 사고는 전통적으로 권위의 역할을 담당한 사람들에게서 의심 없이 권위를 찾으며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집단과의 일치감을 형성한다.
이때의 능력은 새롭게 얻어진 정체성과 신앙에 대한 자신감이며 동시에 궁극적 환경에 대한 이미지를 통하여 과거와 미래를 통합하는 신화의 형성이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기 정체로서 이는 “내가 누구냐?”라는 질문이다. 어린이와 어른간의 전이적인 단계에서 오는 자기 혼란, 그리고 여러 상황에서 다가오는 자기 역할의 정체(identity)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자기의 경험 영역이 크게 확장됨으로 인해서 여러 환경에서 자신의 모습이 각각 다르게 나타남을 경험하면서 이로 인해 괴로워한다. “왜 나는 여기서는 이런 모습, 저기서는 저런 모습을 가질까? 왜 나는 자신 있는 모습을 갖지 못할까?”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이러한 관심에서 주위의 중요한 사람의 기대에 호응하려고 애쓴다. 아직 신앙에 대해서는 깊은 인식이나 반성 없이 수용한다.
위험은 우선 타인의 기대와 평가를 지나치게 신성시함으로서 앞으로의 판단과 활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것과 다음으로 상호관계에서 야기될 수 있는 배신이 궁극적 존재에 대한 절망이나 하나님과 건강하지 못한 보상적인 친밀감을 추구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5) 제 4단계(개인적-반성적 신앙, individuative-reflective faith 청년기)
3단계에서 4단계로의 도약은 신성시했던 권위의 권위들에 대한 의미심장한 모순과 절대화되었던 공적 지도자들과 정책, 관습들의 변화, 그리고 비평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경험과 관점을 획득하면서 가능해진다.
4단계의 신앙은 17~18세 이후에나 나타날 수 있는 수준으로서 파울러는 실제로 30~40대에서야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으나 많은 성인(成人)들이 4단계 신앙에 도달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4단계 신앙은 3단계의 순응적이고, 의존적이던 신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책임 있는 신앙의 수준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는 자신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인식하는 정체성이 확립된 상태이므로, 이것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세계관으로서의 의미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4단계에서는 책임 있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이 요구되기에 필연적으로 개별성 대 집단성, 주관 대 객관, 자기실현 대 봉사, 상대성 대 절대성 사이의 긴장에 직면한다.
대개 청년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나타나며 이전의 신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신앙의 성장에 관한한 신앙의 거듭남이라 할 수 있다. 이전 단계까지의 주위에 의지한 신앙이라면 4단계의 신앙은 자신의 신앙, 또는 자주적인 신앙이라 할 수 있다. 3단계에서 청소년들은 자신의 정체 문제로 인해 몸부림친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은 신앙에도 나타나서 청년기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신앙에 대해 깊은 반성이 일어나며 자주적인 신앙을 가지려는 노력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제는 남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점을 가지려 한다. 청소년기까지의 신앙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신의 신앙이라기보다는 남에게 또는 자기가 속한 기관에 의존된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부모의 신앙이요, 주변 사람의 신앙이요, 교회의 신앙이다. 그러나 이 시기가 되면서 스스로 신앙을 가지려고 애쓰며 자신의 신앙에 대해 반성하며 자주적인 결단에 의해 실존적인 신앙을 가지려고 한다. 자신의 헌신, 삶의 스타일, 신념, 태도에 대한 책임을 심각히 결정하고 감당해야 하기에 대부분의 경우 깊은 갈등과 고통을 겪게 된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신앙이 남에게 의존되어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요, 자기 신앙의 공백 현상을 느끼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3단계에 머물러 일평생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의 신앙의 힘은 자신과 자신의 관점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반성할 수 있는 능력이며 위험은 신앙의 힘인 비평적 사고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새롭게 형성된 반성적 자아가 실재와 타인들의 전망을 자신의 세계관과 지나치게 동화하는 일종의 이차적인 자기도취이다.
4단계로의 전이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 상당한 수의 성인들은 이 전이의 과정을 넘기지 못함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부정적 신앙의 모습을 갖게 된다. 먼저 신앙을 포기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즉 기독교 신앙이 자신에게 더 이상 의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기독교 신앙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신앙이 전달되고 해석되는 내용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반대로 신앙의 경직화 현상이 나타난다. 자신의 실존적인 신앙을 갖는 노력을 포기할 경우 공동체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반성 없는 신앙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단적이고 배타적인 신앙의 모습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다음 단계에로의 도약은 지금까지 의지하고 있던 진리에 대하여 좀 더 변증법적이고, 다면적인 접근 방법이 절실히 요구될 때, 현재의 자신의 입장에 만족할 수 없게 되고, 이때 무질서하고 혼란을 야기시키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부터 가능해진다.
6) 제5단계(결합적 신앙, conjunctive faith 30대 중후반)
5단계는 30세 이전에는 거의 경험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신앙의 경지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5단계의 신앙수준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할 것이다. 결합적 신앙의 우선적 특징은 4단계에서 문제가 되었던 Either/Or(양자택일) 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하고 모든 존재에 포함되어 있는 양면성을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변증법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획기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은 5단계의 신앙으로 하여금 사물 사이의 상호관련성에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이렇게 하여 과거에는 억압되고 인식되지 못했던 자아와 세계관이 통합될 준비가 된다. 상징적인 힘과 개념적 의미가 결합되며, 자신의 과거를 재조명해 보고, 깊숙한 자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내적인 성숙은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갖고 있었던 사회적 무의식(신화, 이상적인 이미지들, 깊숙이 자리 잡게 된 편견들)을 의식하게 되고, 그것에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이제는 역설과 모순 속에서 진리를 보게 되면서 생각과 경험에 있어서의 양극을 서로 결합시키려 노력한다.
즉, 이 시기는 신앙의 내적인 성숙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전 단계에서 나타난 여러 삶의 갈등과 역설들이 포용되기 시작하며 이제는 이분법적인 태도가 아니라 대화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자칫 이를 타협이라고 볼 수 있으나 타협이라기보다는 인정과 포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 자신의 신앙적 입장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면서도 결코 폐쇄적이지 않으며 다른 입장과 가능한 한 대화하려고 애쓴다. 자신의 내면의 깊은 소리를 듣기 시작하며, 자신의 배경과 환경을 넘어서서 관심의 폭이 넓어지며 삶의 좌절과 부정적 현실이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속한 집단(부족, 가문, 종교적인 소속, 국가 등)에 제한 받지 않고 도덕적으로 헌신하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위협이 되었던 것에도 자신을 접근시키려는 태도를 갖데 되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는 정의는 개인적인 것을 초월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것일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5단계의 신앙을 상호의존적인 경향을 띠게 만들고 보다 넓은 의미의 공동체의식과 더불어 사는 정신이 깊어지도록 해준다.
결합적 신앙의 힘은 풍자적인 상상으로서 자신과 자신의 집단을 보는 능력으로서 그것들이 상대적이고 부분적이며 초월적인 실재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키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며, 위험은 진리에 대한 역설적인 이해 때문에 만족해하거나 냉소적으로 움츠러들어 수동적으로 혹은 비활동적으로 자신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7) 제6단계(보편화된 신앙, universal faith)
5단계에서 자아는 자신과 세계에 대한 보편화된 이해들과 자기 자신의 안녕을 보존하려는 욕구들 사이에 끼여 있기에 자아는 역설적인, 혹은 분열된 상태로 존속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변화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행동의 실천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6단계 신앙은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으로 거의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파울러는 이 단계에 관한 설명을 주로 문헌에 의존하고 있다. 극히 발견하기 어려운 단계이며 영원에 대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모든 존재를 포함하며 온전히 자신의 신앙에 따라 사는 모습을 나타낸다. 파울러는 이 단계에 속한 사람으로서 본 회퍼, 마틴 루터 킹, 테레사 수녀, 간디, 토마스 머튼 등을 제시하면서, 평범한 인간이 보편화된 신앙의 수준으로 들어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6단계는 5단계의 역설 즉, 자아와 일차적 집단들, 그리고 관계있는 현존하는 질서의 제도적인 협정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사랑과 정의의 명령에 근거한 행동을 실천하면서 시작된다.
6단계의 신앙인들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따르는 상식을 뛰어넘는 일들을 실천하고, 그것에 자신을 완전히 헌신하기 때문에 그들의 당대에는 이해 받지 못하거나 순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철저하게 비폭력적이고 무저항적 원리를 행동의 기초로 하며, 생명에 대한 궁극적인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언제나 인류 전체와 인류 생존의 생활환경으로서의 우주라는 이해에 기초하여 보편적인 공동체를 추구하며, 이를 방해하는 편견과 불의에 맞서 사랑에 바탕을 둔 행동을 실천해 나가는 데 탁월한 확신과 용기를 소유한 사람들이다.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자신의 삶 속에 실천하는 신앙을 말한다.
6단계의 신앙이 추구하는 공동체는 그 범위에 있어서 우주적이기 때문에 다른 단계의 신앙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나 다른 신앙의 전통을 가진 사람들과도 교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종교적 열광주의와 국수주의는 보편화된 신앙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파울러는 분명히 하고 있다.
❚ 평가
파울러의 이론은 신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신앙발달단계를 발달심리학적인 연구를 통해 체계화하였다. 그는 신앙의 발달을 전제로 하는 신앙이론의 목적이 성도들의 신앙을 성장시키는데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신앙이론이 인간의 발달과정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높은 단계로 가지 않는 다는 사실은 늘 새롭게 신학은 현대의 상황과 도전이 들려주는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파울러의 이론은 신학을 비롯한 여러 심리학을 사용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콜버그의 이론적 틀을 기초함으로써(훗날로 가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인간 이해까지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사상이 아니라 점차로 개선되어 가는 인간과 세계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전적 타락과 같은 전통적인 죄 이해는 상대적으로 약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스승 니버가 주장한 죄인으로서의 인간 이해나 에릭슨이 말하는 인격의 부정적 측면들이 시간이 갈수록 소홀히 다루어진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파울러가 볼 때, 죄는 일차적으로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미래의 가능성의 완성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경향성이다. 자신의 신앙발달 이론 구조로 볼 때에는 어느 한 단계에 정체되어 영구적으로 머무르거나 단 계의 성장을 방해하는 힘들이 바로 죄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신앙의 발달에 있어서 끊임없이 “죄”라고 부를 수 있는 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발달 가능성을 전적으로 파괴하는 힘이 아니라 정체시키거나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성장하려는 의지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전적 타락을 주장하는 전통적 개혁 신학의 죄 이해에 대해 수정할 것을 요구하며, 피아제와 콜버그를 중심으로 한 발달심리학적 죄 이해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는 현대인들에게 구원이란 “온전함”(wholeness), “완성”(completeness)의 의미를 경험케하는 것이라 한다. 현대인들은 그들 자신과 자신들의 삶에 있어서 건강하고도 온전한 영상(picture)을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병리학적 연구들(정신분석학을 가리 킴)은 현대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연구들은 단편적이 된 현대인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대신 “발달심리학자들은 병리학적 연구에서 도래한 분류와 분석적 용어들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우리의 불편함(disease)은 죽음에 이르는 병(sickness unto death)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건강에 이르는 병(sickness unto health)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파울러에게 영향을 준 신학자 니버의 경우 전통 신학의 입장을 따라서 인간의 전적인 타락을 주장하지만 파울러는 죄란 주어진 하나님의 뜻을 어기게 하는 가능성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이것은 구조주의 발달 심리학의 영향으로 인한 새로운 죄 이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신학적 해석은 전통 신학을 현재의 상황과 도전에 대해 응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단순히 전통 신학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과학적 탐구들이 주장하는 인간 이해의 결과에 기초해서 전통 신학을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 과학적 탐구들은 무조건적으로 인간의 타락과 무능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구원의 가능성이 있으며 또한 이는 경험적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는 전통적 신학 은 현대의 상황과 도전이 들려주는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1981년에 「신앙의 발달단계」가 출판된 이래 그의 이론은 본격적으로 기독교 교육을 비롯한 여러 실천 신학의 영역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그의 신학과 일반학문을 종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위에서 본 바처럼 문제점을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적 신학의 상황에서 그의 이론이 갖는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단일 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또 강요했다. 이로 인해 교회가 외형적으로는 신학적으로 하나 되는 장점(?)을 가졌으나 다른 신학이 등장할 때마다 교회는 분열을 경험했다. 이제는 다양성이 인정되고 수용되는 신학적 풍토가 마련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 파울러의 신앙이론은 교회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오늘날 실천 신학의 발달은 신학과 일반 학문간의 광범위한 대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파울러는 제학문간 대화에 앞장서서 신학과 심리학과의 대화를 상호보완적으로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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