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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정의의 비를 기다리며, 호 10:9-15, 호세아 시리즈 설교(22)

by tat tvam asi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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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비를 기다리며

 10:9-15

 

• 기둥이 무너질 때

 

꽃이 피면 향기는 저절로 퍼져나갑니다. 대상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우리 내면에 그리스도라는 꽃이 피었다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사람들이 먼저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꽃은 마침내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삶에 열매가 없다면 그것은 어느 결에 우리 신앙생활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밀가루를 저어 주지 않으면 덩어리로 뭉치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적절한 자극을 통해 날마다 새롭게 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전 8세기의 예언자 호세아가 전하는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됩니다. 호세아는 세계 정세의 변동 속에서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던 여로보암 2세와 그 이후 세대를 향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경제는 호황을 누렸지만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했고, 힘 있는 이들의 억압과 착취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호세아는 자기 시대를 가리켜 진실과 사랑이 사라진 시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사라진 시대라 진단합니다.

 

• 기브아에서의 죄

 

 10:9 / 이스라엘아 네가 기브아 시대로부터 범죄하더니 지금까지 죄를 짓는구나 그러니 범죄한 자손들에 대한 전쟁이 어찌 기브아에서 일어나지 않겠느냐

 

기브아에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사사기 19장 이하를 참고해야 합니다. 에브라임 산골에 살고 있던 레위 사람 하나가 베들레헴에서 한 여자를 첩으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이 친정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레위인은 처가에 가서 여인을 잘 달래서 집으로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먼 행로 가운데 그들은 베냐민 지파의 땅 기브아에 당도했습니다. 한 노인이 그들을 자기 집으로 맞아들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물녘 성읍의 불량배들이 찾아와 나그네와 재미를 좀 보겠다면서 그들을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다급해진 레위 사람은 자기 첩을 그들에게 내줍니다.

 

새벽녘에 여인은 그 노인의 집 앞에 버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레위인은 첩의 시신을 토막 내 이스라엘의 온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다른 지파 사람들은 그런 참담한 일이 벌어진 현실을 개탄하면서 베냐민 지파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습니다. 기브아 시대란 사회의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사사기 시대와 동일합니다. 사사기 시대의 영적 상황은 어떠하였습니까?

 

21:25 /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사사기 시대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자 자기 마음으로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호세아 시대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왕이신 여호와 하나님이 선지자들을 보내셨지만, 이스라엘은 선지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미친사람으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성 모두가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아갑니다. 이 모습은 결국 지금 이스라엘은 기브아 시대와 같다는 것입니다.

 

인류학자인 김현경 선생은 '인간' '사람'을 구별해서 설명합니다. '인간'은 생명을 받아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다 인간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인간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가 머물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설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 이들, 사회나 집단이 어떤 선택을 하든 늘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들은 '사람'으로 취급 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설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환대입니다. 그 집단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 자기 목소리를 갖지 못한 사람이 안심하며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기브아에서부터 시작된 죄란 환대의 의무를 저버린 채, 형제와 자매를 수단으로 삼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세아는 에브라임의 죄를 '주님을 버리고 바알을 섬긴 것'이라는 말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10:10-11 / 내가 원하는 때에 그들을 징계하리니 그들이 두 가지 죄에 걸릴 때에 만민이 모여서 그들을 치리라

에브라임은 마치 길들인 암소 같아서 곡식 밟기를 좋아하나 내가 그의 아름다운 목에 멍에를 메우고 에브라임 위에 사람을 태우리니 유다가 밭을 갈고 야곱이 흙덩이를 깨뜨리리라

 

‘에브라임'은 북이스라엘 대표지파로 전체를 상징하는 말입니다. 이 이스라엘을 하나님께서는 길들인 암소에 비유하셨습니다. 소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밭을 가는 일, 곡식을 등에 지고 옮기는 일, 곡식을 밟아 찧기 위해 연자맷돌을 돌리는 일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 중에 소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곡식 밟기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가장 쉬운 일이며 또한 곡식을 밟는 동안은 땅에 있는 곡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스라엘은 곡식 밟기만을 행하는 소와 같이 자기 욕심만으로 가득하여, 하나님을 섬김에 앞서 우선으로 자기 편리를 도모하며 축복과 형통, 풍요에 관련된 것들만을 취하면서 하나님 앞에 참 순종의 삶은 회피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그들에게 목에 멍에를 메우고 사람을 태우고 밭을 갈게 하시겠다고 하십니다멍에와 사람을 태우는 일은 소가 가장 싫어하는 일입니다하나님은 불순종하는 이스라엘에게 강제로라도 불순종의 댓가를 알게 하시겠다는 것입니다그리하여 이스라엘은 이방의 앗수르와 바벨론 포로로 잡혀가야 했던 것입니다만약 그들이 자발적으로 순종하여하나님의 백성으로 마땅히 할 일을 잘 감당했더라던 이런 수치을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답은 단순하고도 명료합니다. 묵은 땅을 갈아 엎을 때라 말씀하십니다.

 

 10:12 / 너희가 자기를 위하여 공의를 심고 인애를 거두라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마침내 여호와께서 오사 공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

 

농사꾼은 봄에 씨 뿌리기 전에 땅을 쟁기질하여 묵은 땅을 갈아 엎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 나라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전에 필요한 것은 굳은 마음을 제하고 하나님을 향하여 관심을 갖도록 먼저 마음 밭을 준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공의를 심어야 합니다.

 

 '공의를 심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뜻을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의는 '어려운 이들과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웃들을 나와 무관한 사람으로 보지 말고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존재로 보는 것이 정의의 시작입니다. 그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의 몫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로 호세아가 말하는 정의입니다.

 

○ 또한 ’인애를 거두라‘ 명령합니다. 왜냐하면 정의의 열매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를 뿌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우리가 하나님을 찾을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님의 뜻을 여쭙고, 그 뜻을 온몸으로 받드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인애에 근거하여 타인에게 베풀어야 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심는 ‘공의’와 지금 뿌리는 ‘인애’의 열매가 언제 거두어질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금이 뿌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심판이 이르기 전에 공의와 인애의 열매가 거두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그러나 돌아서지 않는 그릇된 믿음

 

 10:13 / 너희는 악을 밭 갈아 죄를 거두고 거짓 열매를 먹었나니 이는 네가 네 길과 네 용사의 많음을 의뢰하였음이라

 

문제의 뿌리는 병거와 많은 수의 군인을 믿은 데에 있습니다결국 자기 힘에 대한 과신이 문제라는 말입니다매사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오만에 빠져 하나님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은 이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자기를 강화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사람들은 밭을 갈아 죄악의 씨를 뿌리고반역을 거두어 거짓의 열매를 먹습니다그런 삶의 마지막은 멸망입니다.

호세아는 전쟁의 함성이 들려오고 요새가 무너지는 날이 올 거라고 말합니다. 자식들이 박살난 바위 위에서 어머니들마저 박살나고 말 것이라는 것입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장면입니다. 호세아의 예언은 마침내 벧엘의 운명에 이릅니다.

 

 10:14-15 / 그러므로 너희 백성 중에 요란함이 일어나며 네 산성들이 다 무너지되 살만이 전쟁의 날에 벧아벨을 무너뜨린 것 같이 될 것이라 그 때에 어머니와 자식이 함께 부서졌도다

너희의 큰 악으로 말미암아 벧엘이 이같이 너희에게 행하리니 이스라엘 왕이 새벽에 정녕 망하리로다

 

벧엘은 이스라엘 종교의 중심지입니다.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곤 하는 순례의 성지입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경한 일들로 말미암아 하나님은 그곳을 무너뜨리시려 합니다. 거룩해야 할 곳이 죄로 얼룩질 때 하나님은 가차없이 그곳을 치십니다. 이스라엘의 왕들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새벽녘은 성경에서 전통적으로 하나님의 구원과 승리가 도래하는 시간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호세아는 그런 사람들의 기대를 뒤엎고 있습니다. 이런 운명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님의 뜻은 세상의 바람처럼 다가와 무감각한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망치처럼 다가와 우리의 못난 자아를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주님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기 원한다면 순간순간 묵은 땅과 같이 굳어진 우리 마음을 갈아 엎어야 합니다. 딱딱하게 굳어진 땅은 씨앗을 품지 못하는 법입니다.

 

우리 존재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믿음을 결단이라 하는 것입니다. 가르고 끊는 것이 바로 결단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받들기 위해 애쓸 때, 하나님은 이 땅에 정의를 비처럼 내려주실 것입니다. 이웃들을 증오하고, 배제하고, 냉소하고, 함부로 대하는 일들을 내려놓으십시오. 서로 아끼고 보살피고 존경하십시오. 심고 물을 주는 것은 우리의 일이지만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온힘을 다해 지향하라고 부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씨를 뿌리는 이들을 통해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가옵니다. 그러한 땀 흘림의 현장야말로 진정한 예배의 자리입니다. 늦기 전에 정의의 씨를 심고 사랑의 열매를 거두는 일에 동참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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