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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②

by tat tvam asi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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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키미 지음 / whale books -

 

 

☆ 책에 소개된  20가지 브랜드 ☆

1부 & 2부의 10가지를 ⓛ에서 소개했고(매거진 B, 파타고니아, 아무튼 시리즈, 아마존, 시몬스, 세이브더칠드런, 브런치, 미쉐린 가이드, 애플, 츠타야), 여기서는 나머지 10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3부 관계 속에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


11 효과적인 브랜드 네이밍의 조건 ― 왓챠

 

왓챠는 2012년 영화 추천 서비스로 태어났다. 글로벌 공룡 기업 넷플릭스의 대항마라고 할 수 있는 왓챠는 국내 OTT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여겨진다. 왓챠가 OTT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6년 1월, 창립 시점으로부터 4년 5개월 후였다. 

 

500만 명의 회원과 5억 개 이상의 별점 평가 데이터를 가진 왓챠가 추천 기술력을 기반으로 OTT 시장에 진입한다는 건 놀랍도록 찰떡 같은 매칭이었다. 왓챠가 추천해 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어디서 볼지 찾아 헤매지 않고도 왓챠플레이에서 바로 볼 수 있게 된 것!

 

왓챠에서는 구독자의 약 72퍼센트가 추천 영역을 통해 플레이할 영화를 선택한다. 모든 유저에게 동일하게 노출되는 신간 홍보 영역이나 인기 작품 소개 영역보다 추천 영역에서 훨씬 활발한 반응이 일어난다. 왓챠의 추천을 믿고 취향을 소비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박스 오피스 1위 영화를 보지 않으면 소외감이 들곤 했으나, 이제 대세는 Best of Best 가 아닌 Best is My favorite. 왓챠는 그들이 세운 미션쳐럼 '모두의 다름이 인정 받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왓챠플레이가 정상 궤도에 오르자 뜻밖의 전재가 펼쳐졌다. 신규 유저들은 왓챠플레이에서 영화를 보지만 영화 추천 서비스인 왓챠의 존재는 모른다는 것. 왓챠와 왓챠플레이는 개별 서비스로, 앱이 별도로 존재했다. 다만 두 앱이 하나의 계정으로 연동되었으므로 왓챠에서 쌓은 추천 데이터가 왓챠플레이의 추천으로 연결되었다. 물론 왓챠플레이에서도 별점을 매길 수 있다. 말하자면 데이터를 쌓는 집이 따로 있는 셈이다. 데이터 하우스에는 유저 계정마다 각각의 방이 있고, 그 계정에 연결된 왓챠와 왓챠플레이에서 매긴 별점이 같이 쌓인다. 따라서 왓챠에서 왓챠플레이로 넘어간 기존 유저도, 왓챠플레이만 쓰는 신규 유저도 추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기존 유저의 사용 패턴도 바뀌었다. 왓챠플레이에서 본 영화는 왓챠플레이에서 평가한다. 영화관이나 넷플릭스 등에서 본 영화는 왓챠에서 평가한다. (왓챠 플레이에 없는 영화는 왓챠플레이에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이제 왓챠에 별점 매기는 행위는 추천을 받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영화 일기에 가까워졌다. 아카이브 목적으로 기록을 하는 것이다. 

 

왓챠와 왓챠플레이를 정확히 구분하는 기존 유저에게도 왓챠플레이는 '왓챠'였다. 같은 회사에서 하는 연결된 서비스를 굳이 분리해서 부를 필요가 없었다. 

 

2020년 7월, 왓챠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기존의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는 글로벌 콘텐츠 허브로 거듭나고자 '왓챠피디아'로 새로 태어나고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브랜드 정체성 강화와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많은 분들이 불러주는 그 이름 그대로 '왓챠'로 다시 태어났다. 

 

온라인상에서는 채널마다 다른 이름을 써도 그것이 모두 하나의 '나'라는 걸 알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 프로필에 링크만 하면 되니까. 

 

문제는 Off-line to On-line. 책이라는 오프라인의 물체, 강연이라는 오프라인의 시공간에 온라인 채널을 링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이 불러주는 이름의 효과는 이때 발휘된다. 

 

오프라인상에서 나를 알게 된 사람 중에 나와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은 검색을 한다. 이때 불러주는 이름과 온라인 채널상의 이름이 다를 경우, 관계는 이어지기 쉽지 않다. 작게 보면 SNS 채널 닉네임 하나지만, 브랜더에게는 장기적인 관점의 브랜드 네이밍이 필요하다. '어떤 검색어를 입력하게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검색어로서 유리한 새 이름을 정립해도 좋다.

 

사실 검색 결과라는 건 담보하기가 어렵다. 사이트에 따라, 알고리즘에 따라, 검색어에 따라, 검색량에 따라, 프로필 소개 문구에 따라, 여러 변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 이름을 몇 명이나 검색하겠어?' 하는 의문은 버리자. 혹시 모를 일이다. 그 몇 명 중에 내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기막힌 인연이 있을지. 브랜더의 네이밍은 미래의 그이를 위해 미리 대문을 열어두는 배려다. 

 

 

12 나를 중심으로 브랜드 서클 멤버 모집하기 ― 〈뉴닉〉

 

밀레니얼이 쓰는 유쾌한 언어로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를 보내는 <뉴닉>이 있다. 

 

<뉴닉>은 언론사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언론사라고 부르기엔 모호하다. 엄밀히 말하면 뉴미디어 브랜드. 신조어나 줄임말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사용하고 밀레니얼에게 익숙한 짤을 그대로 쓴다. 타깃이 밀레니얼이므로 기사의 톤앤매너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고객의 마음을 조준해야 하는 마케팅의 어려움을 두고 흔히 '움직이는 과녁 맞히기'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뉴닉>과 뉴니커를 보면 과녁이 어디 멀리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본래 과녁은 붙박이 아니던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면서도 세상이 궁금한 2030 밀레니얼 사회 초년생

 

<뉴닉>을 읽는 사람들, '뉴니커'의 상은 처음부터 또렷했다. 세상이 궁금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재미가 없어서, 공감하기 어려워서 뉴스로부터 멀어진 사람들.

 

그들을 위해 아무리 바빠도 알아야 하는 이슈,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이슈만을 콕 짚어 정리한다. 밀레니얼의 언어를 자유롭게 쓴다. 뉴스의 기능을 하면서도 감성적 효용을 자극한다. 좌우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팩트만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나를 <뉴닉>이라고 가정해 볼 때, 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 들어주는 사람, 구독자, 팬들은 어디에 있을까?

 

 

<뉴닉> 공동 창업자 김소연 CEO와 빈다은 COO에게 '그들'은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면서도 세상이 궁금한 2030 밀레니얼 사회 초년생인 그들 자신이었다. 자신들이 선 곳 반경에 동그란 선을 그린 셈이다.

 

모두를 만죽시키려 하면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 개인 브랜드가 제대로 만족시켜야 할 첫 번째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과녁의 정중앙에 서 있는 내가 만족하고 열광하는 것이어야 남도 움직일 수 있다. 시장의 니즈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켓 인' 전략이 아니라 생산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덕트 아웃'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브랜더인 내가 속하고 싶은 서클을 가시화해 보자.

 

1) 서클 멤버의 이상적인 상 그려보기

 

현재 나의 서클 안에 있는 멤버, 혹은 멤버였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을 상상하며 그들이 가진 가치관, 관심사, 태도를 나열해 본다.

 

저자 김키미의 브랜드 서클은 다음과 같은 상을 가졌다

- 트랜드에 민감하면서도 자시 색을 잃지 않고 개성을 유지하는 사람들

-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만족을 이야기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들

- 소비자를 넘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콘텐츠를 창작하는 사람들

- 멋진 일보다는옳은 일을 하며 청렴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 '안정적인 삶'을 위한 일도 좋지만 '성장하는 나'를 위한 일이 더 좋은 사람들

- 그러면서 나라는 브랜드를 고민하고 답을 구해가는 사람들

 

2) 서클 멤버 구성원 정하기

 

실제로 내 주변에 있는 이들 중에서 이상적인 상에 부합하는사람이 누구인지 단 몇 명이라도 적어본다.

 

3) 서클 이름 정하기

 

그들과 내가 모여서 실제 서클을 만들다고 가정하고 서클 이름을 만들어본다. 한 단어여도 좋고 문장이어도 좋다.

 

나의 서클에 부합하는 멤버는 SNS에서 내가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이거나, 나를 팔로잉해 줬으면 하는 사람들이었다.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봐줬으면 하는 사람, 그리고 '되고 싶은 나'의 모습으로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와 닮은 서클 멤버들은 각자 자기 발밑에 동그란 서클을 그린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 모두가 수 갈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 브랜드에 타깃이란 활시위를 당겨 조준하고 저격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다. 내가 연결되고 싶은 사람과 나에게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과의 유대다.

 

그들과 이룬 서클에 그럴듯한 이름이 부여되면 브랜더는 본격적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다. 먼저 나를 제대로 만족시키고, 그 다음 한 명의 서클 멤버를 만족시키고, 또 다른 한 명, 두 명, 세 명을 만족시키다 보면 서클의 반경은 무한히 넓어질 수 있다. 

 

지인 50명으로 시작한 <뉴닉>이 2021년 3월 현재 30만 뉴니커의 아침을 책임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13 경쟁 브랜드와 경쟁하지 않고 이기는 법 ― 몰스킨

 

몰스킨(Moleskine)은 두더지(Mole)의 가죽(Skin)이라는 뜻에서 나온 보통명사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표면이 부드럽고 질긴 면직물'을 뜻한다.

 

기름을 먹인 천으로 감싸고 페이지를 고정할 수 있도록 고무줄을 달아놓은 노트를 프랑스에서 '카르네 몰스킨(Carnets Moleskines)이라 불렀다. 프랑스어로 '몰스킨'은 검은 유포지를 사용한 표지를 뜻한다. 

 

1987년 출간된 호주 여행기 《송라인》은, 브루스 채트윈이 호주에 머무르며 그 초안을 구상할 때 항상 그의 손에 들려 있었던 작은 노트이다. 호주로 떠나기 전에 파리에 들러 100권이나 구입했을 정도로 그가 분신처럼 애용하던 노트다. 브루스 채트윈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구성력으로 '여행 문학은 채트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고 평가 받는다.

 

마리아 세브레곤디는 《송라인》에서 카르네 몰스킨을 발견하고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그는 여행 용품 스튜디오였던 모도 앤 모도를 찾아가 전설의 노트를 부활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노트의 이름이 바로 '몰스킨'.

 

세브레곤디는 몰스킨의 첫 장에 'In case of loss......'라는 문구를 디자인해 넣었다. 만약 노트를 잃어버리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이름과 연락처, 사례금을 적는 난을 만든 것이다. 채트윈의 정신을 이어받은 아이디어였다. 

 

카르네 몰스킨을 만들던 파리의 장인이 세상을 떠나며 채트윈의 노트는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그리고 199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 디자이너에 의해 브랜드로 다시 태어났다. 

 

브루스 채트윈은 《송라인》을 남기고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송라인》에 남긴 그의 기록 덕분에, 그리고 그것을 발견해 내어 복각해 준 세브레곤디 덕분에 현대의 독자들은 몰스킨으로 그와  연결된다.

 

몰스킨은 노트다. 하지만 평범한 노트와는 다르다.

 

몰스킨은 자신을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이라고 말한다. 노트를 팔지만 문구 브랜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몰스킨은 문구점이 아닌 서점에서 판매된다. 책에 부여되는 국제표준도서번호 ISBN까지 등록돼 있다. 카르네 몰스킨을 사용했던 거장들의 초상과 함께 이러한 홍보 문구를 내건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브루스 채트윈 등이 즐겨 쓰던 전설적인 노트

 

'과거 2세기 동안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사용해 온 전설적인 노트의 상속자이자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몰스킨은 여느 노트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성능 경쟁에 끼어들지 않고, 그저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의 빈 페이지에 당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보라"고 권유한다. 고흐, 피카소, 헤밍웨이, 채트윈과 이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몰스킨을 쓰는 사람들은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계속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동기의 샘이 있다. 자아실현의 욕구와 성장 욕구는 그 동기의 재료이다. 

 

기존의 노트들은 실용성, 가성비, 심미성 등을 내세우며 물건을 팔아 소비자의 결핍을 충족시킨다. 한편 몰스킨은 결험을 산사함으로써 마르지 않는 최상위의 욕구를 티기팅한다. 스스로를 '문구브랜드가 아니다'라고 정의한 순간 노트 카테고리 내에서의 욕구 경쟁을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사세요"라고 말하지 않고도 전 세계에 수많은 몰스키너리를 움직인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이는 개인 브랜드가 포지셔닝을 고민할 때 유용한 인사이트가 될 수 있다. '나'라는 브랜드를 '어떤 카테고리'에 종속시킬지도 중요하지만, 나의 브랜드 서클 멤버들이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몰스킨은 114개 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다. 근래 세계 문고 시장은 연간 5퍼센트 미만의 저성장 추세인 반면 몰스킨의 성장률은 30퍼센트이다. 

 

몰스킨은 디지털 시대의 풍파 속에서 살아 남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번창하고 있다.

 

 

14 골수팬이 브랜드를 떠나는 이유 ―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은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과 비즈니스 모델까지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앱 아이콘 리뉴얼을 택했다. 앞으로 선보일 변화에 대한 일종의 신호였다.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불만은 변화 자체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지만, 공감대 형성의 실패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변해서 싫다'가 아니라 '변할 거라고 말해주지 않아서 서운하다' 정도의 감정 아니었을까. 브랜드와 꽤 친하다고 생각했던 골수팬 입장에서는 '미리 상의는커녕 예고도 안 해주고 덜컥 결과만 통보하다니, 괘씸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한편, 진정한 팬이 브랜드에 변화를 요구한다면 브랜드가 정체되어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멈춰 있는 브랜드에 피드백을 전하는 고객이 몇이나 될까? 움직여야 불만도 생기고 소통도 일어난다. 움직이지 않는 브랜드에 고객이 애써 피드백을 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를 찾아가 변화를 요구하는 고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채찍질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객과 함께 발전하는 브랜드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따른다. 성장 과정에서 겪는 통증이 두려워 브랜드가 더디 걸으면, 어느 순간 고객은 저만치 앞서 나가 있을지도 모른다. 브랜드보다 빨리 자라버린 고객이 자기 몸에 맞는 옷을 찾아 떠난다면 부잡을 수 없다. 

 

다만, 브랜드가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며 그 안에서 나름의 발전을 하는 중에 떠나는 고객이 생길 때는 고객의 관심사가 바뀌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함께할 수 있는 유통기한이 무한대일 수는 없으니까.

 

 

15 돈 들이지 않고 브랜드 광고하기 ― 유한락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

 

그가 말한 감동을 파고들어 보면, '감동받는 친구'를 '감동주는 브랜드'라고 바꾸어도 뜻이 통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고객에게 기억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멋지고 화려한 브랜드보다 진한 감동을 주는 브랜드가 마음에 더 남는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건 브랜드가 고객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광고의 진정한 가치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라, 그 광고가 사람들에게 '얼마나기억되느냐'에 좌우된다.

 

개인 브랜드 광고를 하고자 한다면 '어디에 얼마를 쓸까'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누구에게 어떤 감동을 줄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졌던 때, 유한락스의 진심이 전해졌다.

 

2020년 3월 2일 유한크로락스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장문의 글이...

 

살균소독 물질과 사용 방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돕는 취지의 글이었다. 요지는 이랬다.

 

유한락스를 비롯하여 모든 살균소독제는 

1) 뿌리지 말고 묻혀야 하고

2) 방치하지 말고 닦아내야 하며

3) 반드시 손을 씻어서 살균소독 과정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유한락스는 "비싼 제품, 예쁜 제품의 '소비자'가 아니라 올바른 '사용자'가 되어 주세요. 그리하여 모두가 코로나19 사태를 안전하게 극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라는 취지로 친절하고 다정하게, 전문적이지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 것이다.

 

그 글은 17만 가까이 조회되었다. 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일평균 1,500 ~ 2,000명이었던 방문자가 항대 3만 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유한락스는 이어지는 질문 하나하나에도 세심하게 답변했다. 사용자의 의견과 요청을 받아들여 글 본문에 추가 정보를 기재하는 감동까지 선사했다. 

 

사람을 향하는 진심에는 기교가 필요 없다. 브랜드가 오래 쌓아온 가치관이 하나의 사건을 만나 세상에 드러난 것뿐이다. 필연이다.

 

진심을 전할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혹은 더 많은 고객에게 진심을 전하고 싶을 때 브랜드는 광고를 한다. 

 

진심을 전해야 할 대상은 내 브랜드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다. 단 한 명에게 진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흩어지지 않고 감동으로 피어날 수 있다. 그 한 명을 향한 진심이 진정하다고 느껴지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도 감동한다.

 

4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스킬 익히기

 

16 브랜디드 콘텐츠로서의 글쓰기 ― 블루보틀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은 커피광이었다. 공연을 위해 이동할 때도 직접 로스팅한 원두와 핸드드립 도구를 챙겨 다녔다. 비행기에서도 뜨거운 물을 요쳥해 직접 커피를 내려마셨다. 

 

연주자 생활을 접은 그가 커피 비즈니스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작은 로스팅 기계를 사들여,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로스팅한 원두를 판매하고, 토요일에는 카트를 끌고 동네 마켓에 나가, 정성들여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판매했다. 프리먼식 슬로 커피였다. 

 

사람들은 금세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소문을 듣고 찾아와 줄서는 손님이 생겼다. 인기에 힘입어 3년 뒤 블루보틀 1호점이 탄생했다. 

 

주문 받은 후 원두를 분쇄하고 한 잔을 내리는 데 5분이나 걸려 만들어지는 핸드드립 커피는 이제 글로벌로 판매된다. 

 

비록 스타벅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체급이지만, 그럼에도 블루보틀은 커피 업계에 제3의 물결을 몰로 온 신흥 강자로자리매김하고 있다. 

 

블루보틀의 철저한  원칙

 

● 철저하게 체계화된 매뉴얼을 통해 맛을 통제한다. 저울로 커피와 물의 분량을 정확히 계량한다.

가장 훌륭한 맛을 균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크기의 컵(라테와 모카는 12온스의 컵, 카푸치노는 8온스의 컵)만을 사용한다. 48시간 이내에 볶은 원두만을 사용하고, 분쇄 원두를 절대로 매장에 두지 않는다.

투자 유치를 받으면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와 설비에 집중 투자한다.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는 데 해가 되는 건 모두 없앤다.

블루보틀 매장엔 와이파이와 콘센트가 없다. 고객과 바리스타 사이에 시야를 가리는 것도 없다. 미각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과 경험이 영향을 끼친다는 철학의 반영이다. 

 

핵심은 커피 맛의 일관성과 블루보틀만의 속도. 

 

첫 해외 진출로 일본 도쿄 기요스미점을 준비할 때, 다크 로스트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블루보틀 커피가 시고 쌉싸름했기에, 너무 가볍게 로스팅된 것 같다는 평이 많았으나, 블루보틀은 일관적이고 묵묵하게 대처했다.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커피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자기들의 훌륭한 품질원두와 커피 맛을 고수했다. 사람들에게 정말로 특별한 커피인지를 알려주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작은 점들을 연결하면 직선이 되는 것처럼, 개별적인 이런 노력이 경쟁사와는 다른 블루보틀만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첫 해외 진출이라는 무거운 과제 앞에서 어떻게 서비스하면 고객의 구미에 맞을지, 어떻게 홍보하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일지 알면서도 타협하지 않음으로써, 고객들 곁에 오래 남는 브랜드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이제 겨우 네 번째 국가에 진출한 커피 브랜드가 8,000억 원이 넘는 가치로 평가되는 이유는 바로, 상인 정신보다는 장인 정신으로 밀고 나가는 건강한 고집 때문이다. 

 

일관성과 자기만의 속도는 글쓰기를 얘기할 때도 항상 나오는 키워드다. 

 

브랜디드 콘텐츠로서의 글쓰기는 작가에게서 시작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주려면 내가 뭘 잘하는지부터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를 고려하는 건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너무 작가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또 너무 독자에게만 치중되지도 않는 중간 지점을 찾으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제대로 훈련하려면 먼저 자신의 기초 체력을 파악해야 한다. 

 

브랜딩 관점에서 글쓰기는 4개의 성장 단계를 거친다. 

 

1단계 : 탐색기

SNS나 블로그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글, 혹은 한 편의 포스팅으로 정보를 담아내는 글 등이 여기에 속한다. 분량이 짧거나 누구나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수준. 각종 블로그 서비스와 SNS를 두루 섭렵한 모든 이가 이 단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단계 : 도전기

처음으로 긴 호흡이 글쓰기를 경험하는 시기다. 이때는 인생에서 가장 임팩크 있었던 경험을 글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욕구의 반영. 첫 해외여행, 어렵게 결정한 퇴사 과정, 결혼과 등시에 바뀐 일상, 매일이 처음 같은 육아 노동, 운명적인 사랑 등이 그러한 임팩트 글쓰기의 단골 소재다. 

 

3단계 : 훈련기

자신만의 소재 혹은 톤앤매너를 찾아가는 시기다. 임팩트 글쓰기만으로도 충분하다면 이 단계로 넘어오지 않는다. 기록이라는 행위를 넘어 글쓰기 자체에 매료되어 '더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을 때 스스로 훈련을 한다.훈련하는 방법은 제각각. 뭘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만의 훈련법을 찾아낸 이들은 조금 덜 정제된 형태라 하더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쓰며 성장을 도모한다. 

 

4단계 : 도약기

훈련기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글쓰기 감각을 익힌 후에는 더 큰 욕심이 생긴다. 도약기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까지 구체화해서 글을 쓰는 시기. 이때 쓰는 글은 브랜딩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를 말하는 도구로 글을 활용하는 것이다. 

 

흔치 않지만 누군가는 도전기에서 모든 훈련을 끝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탐색기에서 바로 도약기로 점프 업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첫 시도에 훌륭한 글을 써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스텝 바이 스텝 훈련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시간이 드는 작업이다. 

 

글쓰기를 할 때 반드시 상기해야 할 세 가지

 

글쓰기 훈련이다. 

글력은 근력이다. 운동량을 늘리듯이 도달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워 하나씩 달성하는 훈련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길든 짧든 하루에 한 편씩 쓰기, 매주 일요일에 새 글 발행하기, 한 달 동안 n 가지 소재로 글쓰기 같은 것. 자신만의 속도로 마감과 목표를 정하는 거다. 그렇게 '쓰는 근육'을 만들다 보면 '흡사 여러 개의 점들을 연결하면 직선이 되는 것처럼' 자신만의 글이 완성돼 있을 것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건, 결코 재능 문제가 아니다. 

 

필력보다 기획력이 우선이다.

필력은 글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이지, 글의 전부가 아니다. 

글이 좀 엉성하거나 투박해도 괜찮다. 멋부린 글보다 담백한 글을 선호하는 독자도 많다. 아직 훈련이 덜 된 상태라서 지금 당장 최고의 글을 쓸 수 없다면, 나만 쓸 수 잇는 글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편을 추천한다.

 

중요한 건 일관성을 담은 기획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보여주는 방법을 구상하는 것이다. 책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책 한 권에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 여러 편의 글이 제각각 다른 곳을 보는 것 같아도 그 글들은 저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로꿰어져 있다. 

 

제목(가제여도 좋다)과 기획 의도, 목차를  정리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누군가가 "어떤 글을 쓰세요?"라고 물었을 때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다면 베스트다. 

 

공개적으로 써야 한다. 

2019년 종합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작가 임홍택은 2012년에 책을 기획했지만 글을 혼자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여 수상을 한 뒤 종이책이 출간됐다. 꼬박 7년이 걸려 나온 셈이다. 임홍택 작가가 발행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는 돈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든다. 절대적인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따라야 하는 법. 글쓰기로 보장되는 가장 큰 보상 은 브랜딩이다. 지금 어떤 글을 쓰느냐가 내 삶의 다음 스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17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 위한 자세 ― 픽사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창립자 에드 캣멀은 말했다.

 

"픽사의 모든 영화는 초기 단계에서는 더럽게 형편없다."

 

더럽게 형편없는 상태에서 괜찮은 상태로 '작품을 개선하는 것'이 픽사 직원들의 일이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픽사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라는 집단 지성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픽사 직원들은 몇 달에 한 번씩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공개하고, 동료들의 작품에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한다. 말하자면 제도화된 '솔직한 진단 받기' 시스템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카>, <라따뚜이>, <월-E>, <업>, <메리다와 마법의 숲>, <인사이드 아웃>, <코코> 등 우리가 아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모두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를 거쳐 탄생했다. 

 

픽사의 창작 원칙 첫 번째는 '스토리가 왕이다(Story is king)'이다. 따라서 브레인트러스트도 스토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오로지 스토리를 위하여 참석자들은 좋은 의견서를 전한다. 핵심은 솔직함이다.

 

감정이 상하지 않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는 방법은, 

● 감독을 향해 피드백하지 않는다.피드백은 작품을 향해야 한다.
● 상호 보완의 관계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피드백한다. 존중과 배려 없는 피드백은 유효하지 않다.
● 잘못된 부분이나 미흡한 요소가 있으면 그것에 대하여 구체적인 의견을 말한다. 단 감독에게 행동을 요구하거나 지시하는 형태로 말하지 않는다. 나서서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동료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부드럽게 제안한다. 

 

피드백을 잘 받고 싶다면 요청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피드백을 요청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 사전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한다. 타인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잘 보여주려면,최소한의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드백을 받고 싶은 대상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이들의 일에 관심이 없다. 갑자기 피드백을 요구하면 상대가 당황하거나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공손하게 요청해야 한다. 
피드백을 받는 동안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피드백은 감사히 받되, 결국 선택은나의 몫이라는 것도 잊지 않는다. 

 


18 유혹적이지만 저항해야 할 피드백 ― 에어비앤비

 

초창기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반드시 '에어베드'와 '브렉퍼스트'를 제공해야 한다는 룰이 있는 '에어베드앤브렉퍼스트(AirBed & Breakfast)'였다.

세 명의 창업자들이, 당시 100명의 고객이 있는 뉴욕을 오가며 에어베드와 브렉퍼스트의 규정을 과감히 없애고 이름도 '에어비앤비'로 새롭게 바꾸었다. 

 

에어비앤비의 성장 스토리는 "1,000 True Fans"이론과 닿아 있다. 2008년에 등장해 콘텐츠 업계에서 엄청난 지지를 받은 글로, 개인 창작자에게 1,000명의 진정한 팬이 있으면 창작 활동만으로도 먹고살 길이 열린다는 이론이다.

 

해당 글의 필자 케빈 켈리는 창작자와 팬을 이렇게 정의했다. 창작자란 예술가, 음악가, 포토그래퍼, 공예가, 공연가, 애니메이션 창작자,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작가처럼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그 창작자가 무얼 만들든 몽땅 사주는 사람이 진정한 팬이다.  

 

켈리는 또 하나의 조건을 단다. 이는 절대 수치가 아니며, 요건에 따라 필요한 팬 수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화가라면 500명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반면 영화 제작자라면 5,000명이 필요할 수 있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어쨌든 골자는 진정한 팬이어야 한다는 것.

 

이후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가 등장하고 성공을 이루면서 켈리의 이론은 콘텐츠 업계에서 전설로 남았다. 

 

최근에는 "1,000명도 필요 없다. 100명에게 시도해 보라"는 의견이 나왔다.

 

"1,000 True Fans? Try 100"이라는 글의 필자 리진은 1,000명에게 100달러가 아니라 100명에게 1,000달러를 버는 방법을 제시했다. 진정한 팬 중에서도 소비력이 높은 최상위층의 '슈퍼 팬'을 공략하면 더 적은 수의 팬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만큼의 퀄리티 상향을 전제로 말이다. 

 

중요한 건 1,000명이냐 100명이내 하는 숫자가 아니다. 

 

두 이론은 모두 '히트 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한다. 잠깐 반짝이다 사라질 베스트셀러르르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유명과 무명 사이 어딘가에서 지속 가능하려면 누구를 만죽시켜야 하는가 고민한 결과 팬이라는 답을 얻은 셈.

 

바꿔 말하면 이는 '나'라는브랜드에 동참하길 원하는 서클 멤버와도 같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만족시킬 때 브랜드는 지속 가능성의 힘을 얻는다. 

 

에어베드와 아침 식사를 80달러에 제공하겠다는 장난스러운 아이디어에 최초로 지갑을 연 고객은 단 3명이었다. 그때 그들은 3명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3명의 고객을 만족시키고, 100명의 고객에게 사랑 받게 된 에어비앤비는 2020년 현재, 전 세계에 290만 호스트를 보유한 빅 브랜드가 되었다. 

 

마케팅의 대가 세스 고딘은 '최다가능청중'이 아니라 '최소유효청중'을 위해 노력하라고 말한다. 

 

"...당신의 제품은 거절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적지만 당신의 세계관에 동조하고 열광하는 고객(최소유효청중), 애초에 당신을 섬기려고 했던 사람달을 위한 것이다."

 

"지금 나에게 피드백하는 사람이 내가 만족시켜야 할 대상인가?"
"지금 나는 나의 서클 안에 있는 1명의 최소유효청중을 만족시키고 있는가?"
"혹시 최다가능청중을 만족시키려는 이타심에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가?"

 

 


19 네거티브한 피드백에도 가라앉지 않는 브랜드 ― 마켓컬리

 

일상이 바쁜 탓에 오프라인 장보기는 물론 온라인에서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장보기가 여의치 않은 현대인, 건강한 식사를 위해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편안하게 받아 볼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마켓컬리의 핵심 타깃이다. 

 

마켓컬리에 느끼는 만족감은 식품을 다루는 다른 온라인 업체들에 비해 단연 높다. 그런데 그 만족감과는 별개로 언제부턴가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횟수가 줄었다. 

 

온라인 소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가 포장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라는 얘기가 인터넷에 나돌자,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연구를 거듭하여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하는 '올페이퍼 챌린지(All Paper Challenge) : 지구를 위한 도전'을 시행했다. 

 

올페이퍼 챌린지 시행 이후 스티로폼과 비닐 사용량을 엄청나게 감축했다. 젤 아이스팩도 100퍼센트 워터 아이스팩으로 변경해 쓰레기를 줄였다. 

 

컬리가 시작한 올페이퍼 챌린지의 긍정적인 자극으로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친환경 초장재를 택하는 기업이 늘어났다. 

 

2년 반에 걸쳐 지속 가능한 포장재를 개발하고 개선했지만 마켓컬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고객들이 바라는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온전한 해결이 이루어지기까지 계속 이어질지 모를 네거티브한 피드백을 관리하는 것도 브랜드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훌륭한 브랜더들이 혹평/악플 같은 네거티브한 피드백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소개해 본다.

 

-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듯이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둬요.
- 좋은 피드백이나 댓글을 도토리처럼 모아두고 그걸 더 많이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 악플이 달리면 GD의 <One of a Kind> 노래 가사 중 "아 잘나가서 아 죄송해요~"를 부르면서 그냥 지워버려요.
- 영화 속 대사들을 상기해요. "나 좀 그만 보고 너를 봐", "넌 박살 낼 줄만 알지, 무언가를 만들어낼 줄 모르잖아" 같은 거요.
- 너무 심한 악플을 받은 날이면 예쁜 옷을 입고 나가서 머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 먹고 기분 전환을 하고 돌아와요.
- '나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네~'하고 무시해 버려요. 나에게 쏟은 시간과 정성이 무색해지도록.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니 신기하네요!"하면서 해맑게 대꾸해요.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꼬인 소수의 무례한 의견이라는 걸 알려주려고요.
-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나 보네'라고 생각해 버리거나, 그런 일이 있는지 직접 물어봐요.
- 좋은 신호라고 생각해요. 의도했던 메인 타깃을 벗어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의견이니까요.

 

아울러 건강한 피드백 문화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능한 한 좋은 점부터발견하려고 노력하고, 발견했을 때 말해주는 것!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것이 무례함임을 말해주는 것! 

 

또한 브랜더에게 피드백은 성장을 위한 동력이기에, 좋은 피드백이든 나쁜 피드백이든 두루두루 청취하다가, 해결해야 하는 피드백을 발견했을 때 깊이 파고들어 반드시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성장을 저해하는 피드백이면 뱉고, 성장을 도와주는 피드백이면 삼키면 된다.  

 

 

20 ‘내가 뭐라고’라는 함정에서 벗어나기 ― 클럽하우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알파익스플로레이션에서 개발한 클럽하우스는 음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형태의 SNS이다. 클럽하우스는 거물 투자자 a16z로부터 1,200만 달러를 유치, 1억 달러(약 1,100억 원)의 밸류에이션을 받았다. a16z의 평가만으로 이미 세간의 주목을 받던 상황에서 최근 새로 나온 밸류에이션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1년도 안 돼 회사 가치가 10배로 커졌다. 에어비앤비, 우버만큼의 유니콘 스타트업이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잇는 거대 SNS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누구든지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채널에서든 손을 들어 발언할 수 있다. 모더레이터(중재자 및 관리자)가 될지, 스피커(발언자)가 될지, 오디언스(청중)가 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스피커가 되면 평범한 사람도 연예인, 경영자, 정치인, 크리에이터 등의 유명인과 한 무대에서 대등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클럽하우스를 둘러싼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서비스 취지를 고려한 순가능을 살펴보면, UX 상에서 기회를 연결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2021년 2월 기준)

 

먼저 홈에 해당하는 채널 목록에서 채널명, 참여자와 스피커수, 그리고 그중 내가 팔로우한 사람들 이름이 일부 보인다. 채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므로 그 안에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알고 싶으면 직접 들어가야 한다. 

 

채널 안에서도 스피커의 프로필 이미지와 이름만을 보여준다. 프로필을 직접 눌러 확인하지 않는 한 지금 말하고 있는 스피커의 팔로워가 몇 명인지,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자연히 이야기를 먼저 듣게 되는 구조다. 

 

후광 효과에 영향 받지 않고 누군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건, 반대로 나 또한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타인 앞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아주 작은 용기만 있으면 얼마든지 무대에 참여해 마이크를 쥘 수 있다. 바로 손바닥 버튼을 누르는 용기다. 

 

상하로 나뉜 UI 구조상 무대에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사실상 '참여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관점에 머물러 있는 상태가 '아는 것'이라면 직접 생산자가 되어보는 경험은 '하는 것. 클럽하우스는 아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넘어가는 진입 장벽을 확실히 낮췄다. 

 

클럽하우스에서는 한 명의 스피커가 연설하는 것보다는 여러 명의 스피커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더 적절하다. 따라서 기존의 인플루언서 시장에서 요구되었던 다른 시스템으로 동작한다. '잘 노는' 사람(스피커)보다 '잘 놀게 해주는' 사람(모더레이터)이 훨씬 주목받는 구조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하는지보다 '어떻게' 말하는지가 섬세하게 캐치된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사람도 멋지지만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 무엇보다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말의 기교보다 대화에 임하는 태도가 매력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이때 태도는 결코 영향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는 매우 미묘하지만 중요한 문제다. 누군가의 전시된 모습만을 보고 선망하거나 박탈감을 느끼던 환경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화 중 상대방의 이미지는 목소리가 38퍼센트, 표정이 35퍼센트, 태도가 20퍼센트를 차지하며 대화 내용은 7퍼센트만을 차지한다'

 

클럽하우스에서는 표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표정에 해당하는 35퍼센트를 제외하고 백분율을 다시 계산하면 다음과 같이 재정의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대화 중 상대방의 이미지는 목소리가 58퍼센트, 태도가 31퍼센트, 대화 내용이 11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연구 결과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대화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으로 손바닥 버튼 누르기를 주저했다면, 용기 내어 눌러보리를 추천한다. 글이 써야 느는 것처럼 말도 해야 느는 법이다. '잘 말해야 한다'는 압박도 내려놓으라. 대화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으므로...

 

겸손이 성장을 낳기에 중요한 것이 사실이나, 겸손이 지나쳐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는 걸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자기검열에 갇히거나 '내가 뭐라고'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대단한 지식인의 목소리가 아니다. 유명인, 권력자, 엘리트의 목소리도 아니다. 나보다 조금 더 아는 사람, 나보다 먼저 해본 사람의 목소리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도 잘 모르지만, 이런 시도를 해보았다' 정도로도 충분하다.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누구나 살 만한 세상이 온다. 우리 모두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브랜더 한 명의 용기가 다른 브랜더에게 전염되고, 또 전염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제 우리 손바닥 버튼을 누를 정도의 용기로 목소리를 내자.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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