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풋(완성품)이 아니라 프로세스(과정)에서 가치가 창출된다?!?!?!
1장 왜 프로세스인가?
☆ 욕망하지 않는 세대의 등장
현대에는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정보가 매우 빠른속도로 공유되기 때문에 품질만으로 차별성을 갖기가 어려워졌다.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집집마다 웬만한 가전제품과 컴퓨터와 휴대폰뿐 아니라 음악, 미술 같은 양질의 문화생활도 풍족하게 누렸다. 그들은 물질적인 결핍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명 '욕망하지 않는 세대'이다.
행복해지려면 '성취, 쾌락,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이라는 5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심리학자의 마틴 셀리그먼의 말에 따르자면,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부족한 것 없이 자랐기에 성취와 쾌락을 얻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이들은 행복의 다섯 가지 조건 중 '긍정적인 인간관계, 의미, 몰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욕망하지 않는 세대'는 소비할 때도 단순히 1차원적인 욕구를 충족하거나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물건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물건, 기업의 비전과 생산자의 삶의 방식에 공감하고 그에 맞게 생산된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 즉, 단순히 ' 아웃풋'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 품질 vs. 커뮤니티,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
인터넷이 국가의 경계를 허물어, 콘텐츠나 물건, 서비스을 국내에서 생산했는지 외국에서 생산했는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지구 전체가 시장이므로 압도적인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고품질의 상품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반면에 픔질이 꽤 높더라도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이 아니라면 특정 지역 안에서만 소비된다. 결국 품질에 투자할 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세계적인 고품질 상품과의 격차가 벌어지면사 그 상품은 점점 더 외면 받에 된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여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터넷의 규모가 커지면서 콘텐츠나 물건, 서비스가 커뮤니티와 함께 묶여, 아웃풋만이 아니라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생산자의 정체성, 커뮤니케이션 활동 등이 상품의 가치에 반영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내일 살아남기 위해 로컬 고품질 상품에서 빨리 발을 빼고, 질이 좋은 글로벌 고품질 상품을 추구하거나, 신뢰할 만한 특정 커뮤니의 강력한 소속감을 바탕으로 한 로컬 저품질을 추구해야 한다. 여기에 중간은 없다.
다만 전자를 선택한다면 막대한 자금과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파워게임에서 이겨야 한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프로세스와 커뮤니티로 품질의 단점을 보완하고, 그 과정에서 참여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과연 어떤 선택이 바람직할까?
정답은 없다. 기업이나 개인의 목표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중요한 것은 후자를 선택한다면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 브랜드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소비자들
가족, 이웃, 회사라는 세 가지 소속처가 모두 제 기능을 상실한 시대의 현대인들은, 자신이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다는 욕구를 전통적인 공동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게 되었다.
식량 문제로 고민하던 자리가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내적인 문제로 채워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도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브랜드를 찾아다니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 사람들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메시지와 자신의 삶을 동일시한다. 이러한 동일시 현상에는 아웃풋이 나오기 전인 상품의 생산 과정도 포함된다.
지금 시대에는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의 소속 욕구를 채워주고 인생의 지혜를 공유하는 역할이 상품의 품질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해졌다.
☆ 아웃풋으로는 돈을 벌 수 없는 때가 온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은 달라졌고, 소비자들은 아웃풋의 작은 차이보다는 기업의 메시지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그들은 부랜드에서 소속 욕구를 채우고, 이제는 기업의 활동에까지 참여하고 싶어한다.
* 근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분리는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마켓 1.0 = 제품 중심 마케팅 → 기능적 가치 홍보
◾마켓 2.0 = 고객 중심 마케팅 → 차별적 가치 홍보
◾ 마켓 3.0 = 인간 중심 마케팅 → 참여적 가치 홍보
◾ 마켓 4.0 = 경험 중심 마케팅 → 공동 작업형 가치 홍보
필립 코틀러는 상품과 서비스의 기능가치는 점점 빛을 잃고 반대로 '감정가치'와 '참여가치'가 주목을 끈다는 마켓 4.0 개념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제품이나 기업의 메시지를 앉아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가치를 창조하는 데 참여하기 시작했다.
'모든 서비스는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마켓 4.0의 대표적인 관점이다.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하여 사회를 변하시키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 기술적 관점에서의 프로세스 이코노미
미항공 우주국이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소재 창업교육기관인 싱귤래리티 대학교의 학장인 피터 디아만디스가 다음과 같은 개념을 제시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인 특이점이 도래하는데, 그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것은 6D로 귀결된다.
[6D] ① Digitalization 디지털화
② Deception 잠복기 ③ Disruption 파괴적 혁신 ④ Demonetization 무료화
⑤ Dematerialization 비물질화 ⑥ Democratization 민주화
☆ 2050년에는 전기를 무료로 쓴다?
태양광 발전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2050년에는 지금보다 전기요금이 1/10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식료품 비용이나 생필품의 생산 원가가 점점 낮아져, 장기적으로는 누구든 생활에 필요한 음식과 물건을 큰 비용 없이 누리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한다.
생필품의 가격이 거의 무료에 가까운 시대가 온다면 사람들은 무엇에 가치를 느끼고 돈을 지불할까? 결국 아웃풋인 물건이 아니라, 물건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보며 재미를 느끼고 함께 물건을 만들고자 할 것이다. 프로세스와 스토리를 공유 받는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변화가 바로 무료화 Demonetization 이다.
물건으로 돈을 벌 수 없는 단계가 '무료화'라면 물건 자체가 없어지는 단계는 '비물질화 Dematerialization '다.
우리가 먹는 고기는 20종류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를 조합하면 3D 프린터로 고기를 인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미 인공 단백질이 개발되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닭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를 레스토랑에서 팔고 있다.
또 하나의 예로, 옛날에는 여행을 갈 때면 사진을 찍기 위해 필름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가야 했으나, 스마트폰에 카메라의 기본적인 기능이 탑재되자 누구나 앱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굳이 카메라나 필름을 챙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기계가 있어야만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앱을 실행해 어디에서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는 이미 비물질화가 진행 중이다.
☆ 싱귤래리티 대학교의 기하급수적 사고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는 6D 중에서도 마지막 여섯 번째 개념인 민주화 Democratization가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서 우리는 사람들을 온라인 상에서 만나고, 직접 물건을 만드는 일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6D가 진행됨에 따라 분야를 막론하고 생산 비용은 크게 낮아지고 있다. 2035 ~ 2040년에는 아웃풋 판매 중심의 경제 활동이 끝을 맞이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가올 미래를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야 한다.
싱귤래리티대학교에서는 '기하급수적 사고'를 가르친다. 기술이 발전하면 어느 순간 세상은 기하급수적 가속 페달을 밟은 듯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우리는 그 변화를 넋 놓고 바라보지 말고 먼저 내다보고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6D' 개념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 요금이 지금보다 반 값 이하로 떨어질 만큼 기술이 진보하면 세상은 급격하게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순식간에 무료화가 진행되며 새로운곳으로 탈바꿈한다. 그때 프로세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발상이 있느냐 없느냐는 매우 중요해진다.
2장 우리는 언제 프로세스에 공감할까?
☆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공감 메커니즘
2009년 1월, 유색인종으로는 처음으로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오바마를 당선으로 이끈 수법은 '퍼블릭 내러티브 '와 '커뮤니티 오거나이징'이었는데, 이것이 'Self Us Now'라는 이론이다.
오바마는 연설 時, 처음부터 무거운 주제를 청중에게 던지기 보다는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소소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오바마는 먼저 자신이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인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인 '우리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간 다음, 지금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이유인 '지금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Self Us Now'라는 이론에 입각한 스토리인 인생의 '프로세스'를 듣다 보면 우리는 타자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동일시하게 된다.
"나는 이런 인생을 살았다. 당신도 지금 이런 길을 걷고 있다. 나와 당신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을 토대로 연대하여 다같이 변화를 일으키자." 즉 자신의 이야기인 프로세스를 공유함으로써 듣는 이의 공감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을 향한 열광을 집단 전체를 향한 열광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리더 한 명의 힘으로는 사회를 변혁할 수 없다. 사회는 한 사람이 100보 전진하는 것보다 프로세스를 공유한 동료 100명이 한 보씩 전진해야 확실히 달라진다.
먼저 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서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Me ), 공통점으로 찾아내서 연대감을 형성한 다음( We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설명하는( Now ) 구조로 된 'Me We Now'이론을, 나만의 스토리로 작성하여 나의 글속 한 모퉁이를 장식하리라!
이야기와 서사로 감정에 호소하자! 이로써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던 개인들을 하나의 비전으로 모으자!
마음을 사로잡는 시그니처 스토리로 제2의 1인 기업을 만들어보자!
'시그니처 스토리'란 기업이나 서비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이고 특징적인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를 강력하게 내세우면 브랜드는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창업자뿐만 아니라 오히려 직원이나 거래처, 고객이 가진 이야기가 더 감동적인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그 스토리가 브랜드의 가치관 및 철학과 일치하느냐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오직 '진짜'뿐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축적된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서 가공해 내자.
또한 시그니처 수토리는 '억지로 전달'해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전달'되어야 한다. 듣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브랜드와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이야기와 서사를 언어화해야 한다. 이로써 고객들은 기꺼이 모험에 함께할 동료가 되어준다. 고객 한 명 한 명이 주변 사람들에게 브랜드에 대해 알리면 점점 많은 동료가 생겨나고, 브랜드는 그들과 함께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커뮤니티야말로 경영 전략의 핵심이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를 가장 밑에서부터 받쳐주는 요소가 바로 이야기와 서사다.
팬의 지지를 단단하게 만들려면 세 가지 감정적인 부분에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① 공감 → 열광
② 애착 → 유일무이
③ 신뢰 → 응원
☆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은 무엇인가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는 '이타심'이다. 그리고 이타심의 바탕에는 공감이 깔려 있다. 프로세스이코노미는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목표 아래 서로 협력해나갈 때 성립한다.
인간의 뇌에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를 위해 살고 싶다'라는 헌신하는 마음과 행동이 장착되어 있다.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다른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이타심을 기준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할 때 우리 뇌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인간 본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말의 뜻이다.
3장 단 하나의 ‘정답’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 정답은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
프로세스를 보여주지 않고 완벽한 상태의 아웃풋을 세상에 내보이는 것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교육에서 정답주의를 배운 사람의 눈에는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반응을 살피면서 끊임없이 수정해가는 쪽이 오히려 급변하는요즘 시대에는 잘 들어맞는다. 언제라도 중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전제로한 수정주의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적합한 방법이다.
☆ 성공을 부르는 파랑새는 과정 속에 숨어 있다
*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며 성과를 내는 원리(사라스바티 교수가 주창한 원리 : 효과화 이론)
① 손 안의 새 : 지금 가진 자원에서부터 시작하라
② 허용 가능한 실패 :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을 정해 두라
③ 크레이지 퀼트 : 협력자를 늘려 나가라
④ 레모네이드 : 우연을 활용하라
⑤ 비행기 조종사 :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라
'효과화 이론'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하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이 가진 수단 안에서 출발하고,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목표를 설정하며,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약속을 통해 새로운 상품 ⸳ 시장 ⸳ 기업을 창출한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기회 혹은 약속으로 새로운 수단과 목표가 추가될 수도 있다.
벨기에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동화 <파랑새>를 떠올려보면, 주인공이 파랑새를 찾지 못했던 이유는 숭고한 것들이 바깥에 있으리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사실 파랑새는 이미 집 안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먼저 내가 가진 것들을 소중이 여기고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 오케스트라형 대신 재즈형 일하기 방식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는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리는 정담주의의 전형이다. 이에 반해 재즈 연주에서는 작곡가가 쓴악보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연주자의 재량대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는 정해진 목효를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나가는 오케스트라형이 아니라 어디에 정답이있는지 모른 채 답을 찾아 떠나는 재즈형 생활 방식과 작업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
재즈형 연주자들은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서로의 호흡을 느끼고 합을 맞추어 즉흥 연주를 해내야 한다. 단순한 수정주의가 아니라 초고속 수정주의로 이루어지는 결정 과정이다. 너무 빠르게 일이 진행되므로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연주자도 관객도 앞으로 어떤 연주가 펼쳐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순간의 음악을 즐길 뿐이다. 즉흥 연주가 숨가쁘게 흘러나올 때 연주자와 관객은 원래 계획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 깃발을 처음 세운 자가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다
새로운 정보를 나만 알고 있겠다는 생각은 이미 틀렸다. 정보 자체에는 더 이상 큰 가치가 없다. 오히려 내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여 동료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아낌없이 공개하는 편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핵심 정보를 모으는 데 유리하다.
선두주자에게는 많은 관심이 쏠린다. 또한 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와 사람이 모여들이 시작한다. 여기에 많은 사람의 생각이 더해지면서 정보는 배로 늘어난다. 결국 처음 깃발을 세운 사람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 프로세스의 자발적 참여자, 세컨드 크리에이터
모든 상품은 만드는 것보다 존재 자체를 알리기가 더 힘들다. "새 책이 나왔어요 . 모두 읽어보세요!" 라고 아무리 외쳐도 정보의 바다에 묻히면 독자들은 책을 쳐다봐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책을 쓰는동안 소셜 미디어에서 제작 과정을 공개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모아 이 책에 관심 있는 동료를 만들면 발매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때로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해 올려주겠다며 자발적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도 생긴다. 이러한 동료를 '세컨드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면 이를 응원하는 세컨드 크리에이터가 나타난다. 제품이 완성되면, 그들은 별도의 요청이 없어도 알아서 홍보에 앞장선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새로운 동료가 생기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은 하나의 커뮤니티로써 더욱 활성화된다. 마침내 이러한 흐름에 함께하고 싶다는 일반인들도 늘어나면서 커다란 유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획이 세워졌을 때부터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세컨드 크리에이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 이를 다시 열 배 혹은 스무 배로 불려준다. 정보가 넘쳐나서 특정 상품을 인식시키기 조차 어려운 인터넷 세상에서는 자발적으로 정보를 만들어서 확산해주는 이들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4장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어떻게 실천할까?
☆ 프로세스에서 ‘왜’가 빠지면 쉽게 따라잡힌다
프로세스를 공유하면 다른 사람이 모방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품이든 기능이나 성능은 복제할 수 있어도 아이디어에 담긴 가치관이나 취향까지는 따라 하기 어렵다.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취향'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라고 해서 단순히 상품의 제작 과정만 공개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세스를 공개할 때는 내 안에 있는 '왜', 즉 이 일을 하는 이유와 철학, 그리고 가치관을 남김 없이 드러내야 한다.
또한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려면 '무엇'만이 아니라 '어떻게', 즉 이것이 어떤 방법으로 탄생했는지 보여줘서 관객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무엇'과 '어떻게'는 일정한 기준으로 측정 가능하며 우열도 가릴 수 있지만 '왜'는 그 사람만의 삶의 방식에 따른 것으로 고유성을 갖는다. 프로세스를 공개하면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즉 나만의 철학을 팬들과 공유할 수 있다.
☆ 공감 가는 고민과 철학으로 팬을 확보하라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실천할 때 필요한 요소인 '무엇 ⸳ 어떻게 ⸳ 왜'는 전통문화를 이어오는 장인들의 '징신력, 기술, 체력'을 가리키는 말인 '심기체(心技體)와도 맞닿는다. 장인들은 기술(How ⸳ 技)과 체력(What ⸳ 體)은 물론이고 정신력(Why ⸳ 心)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심기체가 일치된 장인만이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애플의 ‘왜’
애플의 정신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문장,
"우리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지금보다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애플은 열정을 가진 사람을 응원한다. 그런 사람과 함께 모험을 계속한다. 애플의 이러한 '정신'에 공감한 사람은 한번 아이폰을 사용하면 계속해서 아이폰 시리즈를 구매한다. 아이폰 사용자는 상품이나 기술이 아닌 정신의 가치에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2011년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아이폰 사용자들은 아직 잡스가 남기고 간 향기에 젖어 있지만 이제 서서히 아이폰에는 예전과 같은 혁명은 없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잡스가 떠난 뒤 애플에는 훌륭한 상품과 최첨단 기술의 바탕에 있는 '정신'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가 숙제로 남아 있다.
명심하라! 사람들은 ‘무엇’이 아니라 ‘왜’에 지갑을 연다~~~
☆ 라쿠텐 인기 가게의 3가지 법칙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에는 수많은 점표가 입점해 있다. 그 가운데 인기 가게를 분석해본 결과, 잘 팔리는 곳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었다.
◾법칙 1. 나만의 고집이 있는 소규모 이익집단 → "이 가게 사장님에게는 독특한 개성과 집념이 있다"
◾ 법칙 2. 고객과의 약속을 만드시 지키는 사명감 → "이 가게는 일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 법칙 3. 작은 실패를 공개하며 약점 드러내기 → "이 가게의 약점을 보완해주고 싶다"
라쿠텐에서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쇼핑이 아니라 마치 시장에서 가게 주인에게 상품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듣는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알아가는 경험을 한다. 품질이나 가격보다는 가게의 '왜'에 매력을 느껴 물건을 사는 이런 행위야말로 프로세스 이코노미에 딱 들어맞는 소비다.
기술 개발에 목숨을 걸거나 가격 경쟁에 지나치게 몰두하기 보다는 이제 소소하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이긴다.
열정적으로 공감하게 하라.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는 공감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 민큼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공감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5장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자가 승리한다
☆ BTS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이유
프로세스를 공유하면서 BTS와 팬들은 함께 삶을 걸어가는 동반자가 되었다. BTS가 전 세계를 강타한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촘촘한 계획으로 이루어진 필연적인 결과다.
☆ 쟈니스 사무소의 치밀한 팬 전략
음악을 뮤료로 듣는 세상이 오면서 사람들은 음악 시장이 축소될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희소성이 높은 라이브 방송과 콘서트 시장의 매출은 최근 10년 새 두 배로 성장했다.
콘서트장에서 '굿즈'라고 불리는 한정판 상품을 팔아 얻는 수익은 티켓 판매 수익과 맞먹을 정도다. 유튜브의 발달로 아웃풋이 무료에 가까워지더라도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는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팬들의 열기를 올려주는 덕분에 프로세스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채소를 팔아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활용한 농산물 직거래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고객과 직거래하기 때문에 값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중간업자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플랫폼 덕분에 생산자와 고객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생긴다. 꾸준히 상품을 구매하는 단골손님이 늘다 보면 농가에 응원을 보내는 팬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수 있다.
☆ 북유럽 생활 도구점, 물건의 드라마를 상영합니다
'북유럽 생활 도구점'은 물건을 주문 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심플하지만 멋진 북유럽풍의 생활을 동경하는 이곳 고객들을 위해 상품을 매입한 계기와 고민들, 즉 '왜'를 글이나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한다.
이곳의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은 월간 조회 수가 100만 회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중에서도 '북유럽 생활 도구점'이 지향하는 세계관을 보여주는 드라마 시리즈 <아오바 가족의 테이블>은 네 편의 영상으로 총 조회 수가 600만 회를 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생산자는 여기까지 생각해서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상품에는 이런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맞춰 이런 것을 고민하고 수정했습니다"와 같은 제작 비화를 고객에게 공유해 스토리를 즐기게끔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곳에서 물건을 사는 가장 큰 재미다.
결국 '북유럽 생활 도구점'에서 물건을 산다는 것은 이 프로세스를 목격하기 위한 입장권을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뿐만 아니라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통해 함께하는 동료를 늘리면 유통과 광고에 막대한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타사의 유통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팬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노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팬들과 공생 관계를 형성해서 고객을 모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유통과 광고에 들어가는 비요을 상품의 품질을 높이거나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 이는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득이다.
☆ 에어비앤비와 스트라이프를 탄생시킨 오피스 아워
실리콘밸리 최대의 엑셀러레이터(신생 스타트업에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계획에 대해 조언해 주고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 와이 콤비네이터는(Y Combinator)는 해마다 두 번씩 전 세계로부터 엄청난 숫자의 응모를 받는다. 그중에서 100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엄선해 3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디어를 비즈니스 상품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와이 콤비네이터와 스타트업의 면담 모습은 '오피스 아워(Office Hour)'라고 불리는 영상으로 유튜브에 공개된다. 원래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을 회의 과정을 공개한다는 의미에서 이는 프로세스 이코노미 그 자체다. 이와 같은 와이 콤비네이터의 지원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이(Airbnb'와 온라인 결제 플랫폼 '스트라이프(Stripe)가 탄생했다.
와이 콤비네이터에서는 면담 시 지원자들이 가진 기술적인 능력은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왜'라는 질문, 즉 지원자들의 중심에 뿌리내린 스토리를 깊게 파고든다.
스타트업 기업가들은 면담을 거치면서 깨달음을 얻고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는순간을 맞는다. '아, 나는 이런 게 하고 싶었구나'하는 순간이 오면 와이 콤비네이터의 전문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렇다면 이러한 프레임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하고 조언해준다. 이렇게 해서 신생 스타트업은 순식간데 이륙 준비를 마친다.
이런 모습을 공개하면 '아니, 이런 과정으로 저렇게 멋진 비즈니스가 탄생했다고?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더욱 다양한 스타트업이 와이 콤비네이터로 모여든다. 오피스 아워 영상을 참고해서 자문자답하며 사고를 더욱 구체화해서 찾아오는 지원자들도 늘어난다. 그러면 이후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제공하는 면담의 수준은 한층 더 높아진다.
기술적인 능력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과정을 공개하면서 '왜'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와이 콤비네이터가 추구하는 가치다. 앞으로도 실리콘 밸리에서는 제2, 제3의 에어비앤비가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다.
6장 프로세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알맹이 없는 꿈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아직 경험이나 실적이 없는 사람이라면도전에 나서면서 과정을 공개해 응원해주는 사람을 모으고 자금을 확보하는 편이 좋다. 이러한 길이 없다면 이미 자본과 인맥을 가진 자에게만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점점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다란 비전을 내걸어놓고 알맹이는 없는 채로 계속해서 꿈만 외친다면 어떻게 될까. 실체 없는 츠로세스로 주목을 끌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 여기에서 빠져 나오기란 쉽지 않다.
☆ 나만의 확고한 기준에 집중하라
사람들이 프로세스에 이끌리는 이유는 그 사람만이 가진 '왜'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왜'와 '가치관'에 반하고, 자신도 이를 닮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꺼이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참가자가 되어주고, 나아가 세컨드 크리에이터가 되어 응원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면 자신만의 '왜'가 매력을 잃고 퇴색하기 마련이다. 점점 자신을 억지로 꾸미고 가공해서 보여준다면 프로세스 이코노미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 소셜 미디어에 인생을 조종 당하지 마라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저서 <에티카>에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자유이며, 자유의 반대는 강제라고 말했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율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프로세스 이코노미의 함정에 빠지면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릴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이 주체가 되고, 인생의 방향키를 그들에게 쥐어주게 된다.
팬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프로세스 연출에 힘쓰다 보면 타자의 시선 안에 갇혀 버리는 것이다.
내 안에 간직했던 '왜'를 잃으면 사람들의 관심도 점점 멀어지고 관객이 만들어낸 허상에 자꾸 목매게 된다. 초조한 마음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도전에 무리하게 나서다가 되돌릴 수 없는 실패에 빠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타인이 만들어낸 허상에 잠식되지 않도록 그동안 품어왔던 나의 '왜'를 항상 되새겨야 한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항상 스스로 묻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직시하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프호세스가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왔다. 그 덕분에 아웃풋이 나오기도 전에 팬을 만들고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프로세스의 함정에 빠지기도 쉬워졌으므로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직시하며, 이를 착실하게 좁혀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터무니 없는 일을 하는 듯 보여도 위기관리에 뛰어난 사람, 실패하더라도 여유롭게 다시 수정해서 도전할 수 있도록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불도저식 경영을 하더라도 그 밑바탕에는 '이 경계선만큼은 절대 넘지 않겠다'는 냉철항 계산을 항상 깔아두는 사람이 되자! 소프트뱅크의 회장 손정의가 몇 번의 위기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 Will-Can-Must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일(Will)'과 '할 수 있는 일(Can),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Must)'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Must→Can→Will'의 순서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상사가 지시한 일을 맡아서 처리하다가(Must), 경험을 쌓는 동안 자신이 잘하는 분야의 일이 생긴다(Can). 그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능력을 인정 받으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들어오기도 하고, 스스로 기획서를 제출해서 일을 따내기도 하는 것이다(Will).
그런데 요즘은 소셜 미디어에서도, 서점에 진열된 책에서도 모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자'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마치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고 싶지는 않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TV에 출연하거나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진 사람들은 마치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매진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사실은 그와 다르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Must'를 도우며 일을 해나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Can'의 일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Can'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Will'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고 싶은 초조한 마음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다른 사람의 'Will을 가져다 쓰지 말자.
일단은 'Must'나 'Can'의 순서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자. 그러다 보면 자신에게 꼭 맞는 일,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7장 프로세스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무기가 되는가
☆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프로세스 이코노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은 전 세계 42개국에서 번역되어 시리즈 합계 1300만 부가 팔리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어릴 때부터 멋진 주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녀는 정리하는 일에 빠져들다가, 열 다섯 살 때 '설레는 물건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면 된다'라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정리가 완성되는 경험을 맛보았다.
그녀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정리를 해나가다가 대학에 입학하자 친구집을 정리해주고 그것이 소문이 나서 열아홉 살 때부터 정리를 직업으로 삼았다. 이것을 책으로 엮어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일본 전역에 이름이 나면서 활동 무대가 전 세계가 되었다. 2019년 초에는 넷플릭스에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시리즈가 공개되었고, 2021년에는 <공도 마리에: 기쁨을 찾아라>라는 시리즈까지 나왔다.
곤도 마리에의 삶은 프로세스 이코노미 그 자체다. 그녀는 정리라는 행위에 몰입해서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즐겼을 뿐이다.
정리란 원래 귀찮고 미루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정리에 빠진 그녀는 이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냄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었다.
목표를 향해 길을 똑바로 걷기보다는 걸어가는 과정을 즐기자! 그러다 보면 그 일에 큰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이 전해지면서 다함께 힘을 합칠 수 있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정답을 찾아서 해결하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문제를 즐겁게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결국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곤도 마리에처럼 일하는 과정을 즐기면서 프로세스를 놀이로 받아들이려면 무엇보다 '몰입'이 필요하다.
인간이 어떤 일에 몰입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이어야 하고, 그것만으로 즐거워야 하며,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곤도 마리에처럼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만나면 사람은 시간을 잊어버리고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 결과 잘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더 넓은 세계를 원하게 된다. 이로써 현재 있는 장소보다 더 크고 먼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강점)을 찾아서,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면(프로세스=목적), 이타적 가치(뜻,이념)와 연결되고 몰입의 깊이가 심화된다.
☆ 구글의 '20퍼센트 규칙'과 '마음챙김'
구글에는 '20퍼센트 규칙'이라는 재미있는 제도가 있다. 근무 시간 중 20퍼센트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쓰라는 규칙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근무 시간의 20퍼센트를 써보고 그 일이 가능할 것 갗다면 정식을 츄진하라는 것이다. 구글 스트리트 뷰와 크롬북이 '20퍼센트 규칙'을 활용하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20퍼센트 규칙'에는 "당신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문제의식이 숨어 있다. 이러한 생각은 곧 아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당신은 지금을 살고 있습니까?" 구글은 직원들이 현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챙김(Mindfulness)'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다양한 사고를 장려했다.
인간은 언뜻 지금을 사는듯 보이지만 어제의 실수를 곱씹으면서 쉽게 과거에 사로잡혀서 미래를 두려워한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후회에 쉽게 사로잡힌다. 마음챙김을 활용하면 이를 잠시 제쳐두고 지금 이 순간의 프로세스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시간을 투자하는 행위가 바로 '20퍼센트 규칙'이다.
'마음챙김'과 '20퍼센트 규칙'은 눈에 보이는 한계를 타파할 혁신이 필요할 때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가르침이다.
☆ 퍼즐형에서 레고형으로, 인생의 패러다임이 달라진다
☆ ‘정답 지향주의’에서 ‘프로세스 지향주의’로
세계 각국에서 지구 온난화 대책과 탄소 중립에 관한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 에너지 사용을 대폭 확대하고, 가솔린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로 대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에너지 혁명과 스마트 시티(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해 교통, 환경, 주거지 문제를 개선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든 최첨단 도시)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려면 프로세스 이토노미적 발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스마트 시티에 관해서 IT 기술과 자율 주행 등이 발달해 생활이 편리해지고 자동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점만을 부각해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사무실만이 아니라 집에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주거 조건은 교통, 쇼핑, 영화관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기능성을 중시하다 보니 도시에서의 삶을 훨씬 선호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다면 이러한 기능은 시골에서도 대부분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사람이 많은 도시에 살 의미가 있을까?
스마트 시티를 거론할 때 일본에는 최근 '20분 도시(20분 안에 필요한 모든 시설에 이르도록 교통 및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는 도시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된다. 마을 어디든 20분 안에 갈 수 있다면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마을마다 도자기면 도자기, 농산물이면 농산물 등 커뮤니티가 지닌 고유한 개성을 파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스마트 시티가 건설되고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면 커뮤니티가 옛날부터 간직해왔던 미시적인 내러티브, 즉 소소하고 아름다운 그 마을마다의 스토리가 개성으로 도드라질 것이다. 그러면 그곳을 방문한 사람은 그 마을에 거주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정을 즐기는 레고 블럭처럼 스토리를 조합해가면서 의미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실재하는 장소를 '의미의 집합체'로 키워가는 것이다. 스마트 시티와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융합하면 사람들이 떠나서 텅텅 비어가는지방의 시골 마을도 도시와 경쟁할 수단을 갖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공감은 점점 중요한 능력이 되어 간다. 과거처럼 인맥이 촘촘하지도 않고 가족, 직장, 학교에서의 관계망도 느슨해졌다. 물리적 소속감은 줄어든다. 그런데 반대급부로 심리적 소속감은 커진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국가와 인종, 나이와 무관하게 친구를 맺고, 현실에서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친밀해진다. 이런 시대에는 취향과 경험, 성향과 가치관, 정치관이 맞는 사람끼리 더 가까워진다.
가상현실과 메타버스가 현실로 더 깊숙하게 들어오면 우리가 맺는 관계는 더욱더 자기중심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때는 역설적으로 팬덤과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지금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다.
우린 절대 고립된 채 살 수 없다. 연결과 연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방식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도, 기업의 브랜딩과 마케팅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하나도 활용하지 않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앞으로는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새로운 기회와 미래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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