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공동체는 1940년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떼제에서 스위스 출신 로제(Brother Roger)가 시작한 에큐메니칼 국제 수도 공동체다.
로제 수사는 고난 한복판에서 매일매일 화해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를 세우는 꿈을 꾸며, 우선 피난민, 특히 나치 독일의 점령지를 피해 나온 유대인들을 숨겨 주었고, 전쟁이 끝나자 독일군 포로들을 맞이했다.
그 뒤 다른 형제들이 동참하여 1949년 공동생활과 독신, 단순 소박한 삶 안에서 일생을 바칠 것을 함께 서약하며, 마을 이름을 따서 떼제공동체라 이름하였다.
첫 수사들은 다양한 개신교회 출신이었지만 오래지 않아 가톨릭 신자들도 입회했다.
오늘날 백 명에 이르는 수사들의 출신은 25개국 이상이며 모든 대륙을 망라한다. 그 가운데 일부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가난한 지역에서 형제들의 작은 우애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떼제의 형제들은 어떤 기부나 선물도 받지 안으며 스스로 일해서 번 것으로 생활한다. 가족의 상속을 받게 될 경우 자신이나 공동체를 위해서 쓰지 않고 가난한 이들에게로 돌린다.
프랑스 떼제에서 일주일 단위로 연중 계속 열리는 젊은이 모임에는 유럽뿐 아니라 온 대륙의 젊은이 수만 명이 모인다. 여러 개신교회와 가톨릭, 정교회 신자뿐 아니라 그리스도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거기에 참석한다.
떼제공동체는 갈라진 그리스도의 일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자신을 중심으로 한 어떤 '운동'도 조직하지 않는다. 그 대신 떼제의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가정과 지역, 교회와 학교, 단체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평화와 신뢰를 간직하면서 더 열심히 헌신하도록 격려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신뢰의 순례' 모임을 개최한다.
짧고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는 찬양과 긴 침묵으로 대표되는 떼제의 묵상적인 예배 방식은 점점 더 많은 나라와 교회에서 이용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떼제의 수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한국 교회의 영성 심화를 돕는 한편, 교도소 사역과 교육 예술 분야에서 일해 왔다.
형제들은 숨어 있는 존재로서 남북한의 화해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한편, 프랑스 떼제를 방문하는 한국인들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고 한국교회에서 떼제의 묵상 기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떼제 예배를 처음 참석하게 된 동기는 아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중남미 그레나다에서, 웨슬리컬리지 교사로, 교회의 사역자로 사역하는 선교사이다.
신학교 재학 시절 친구의 권유로 떼제 모임에 갔다가, 한국지부를 담당하시는 수사님의 설교에 큰 은혜를 체험하고, 그 뒤부터 떼제 모임에 참석하였었다.
아들이 그레나다에 가기 전, 딸과 함께 셋이서 떼제 예배에 갔을 때는 서강대 체플실에서 기도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오늘, 딸과 함께 대한성공회 서울 대성당에서 열리는 평화기도 모임에 참석했다.
떼제 찬양을 따라 부르며 느낀 것이 있다. 오늘이 두 번째 참석인데, 떼제 찬양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지 않았다. 반복해서 부르다 보면 그 자체가 기도가 되기 때문이다.
가사가 무척 단순한데,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온 맘이 하나님의 근원에 가 닿는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를 따라 고요히 부를 때, 하나님이 그곳에 온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친히 말씀하시는 깊은 침묵의 공간 안에 머무르게 된다.
오늘 찬양은 '어두운 맘 속에' 성령의 임재를 초청하며, 찬미로 하나님께 나의 마음을 아뢰고, 성령께서 친히 나의 마음을 조명하시도록 하는 것 같았다.
찬양을 올려드리며, 얼마나 깊은 마음의 감동이 있던지,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주님의 임재 속에 머무르는 그 때에, 누군가 화성을 입히며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었다.
전심(全心)으로 찬양을 드릴 때에, 마치 지존하신 주님의 존전에 내가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감동과 감사와 감읍과 전율 속에서...
찬양을 부르다가 성경을 읽어주셨다. 강단과 회중석의 거리가 가깝지 않아, 비록 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으나,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시어 우리 스스로 그 깊은 사랑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시는 듯했다.
그리고는 침묵 기도로 들어가도록 침묵으로 초청하고 불을 껐다.
성령님은 예수의 영이시다. 또 다른 보혜사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분이시다. 부활&승천하시어,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계시는 예수께서, 영으로 우리 안에 오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님을 통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깊은 곳에서 우리를 위해 중보하고 계신다. 침묵을 통해 그것을 깊이 깨닫게 된다.
성령의 임재 안에서 고요히 주님과 함께 머물며, 우리 안에서 운행하시는 성령님과 온전히 하나되는 깊은 체험을 하게 된다.
침묵을 마치고, 중보기도 시간을 가졌다. 기도 제목을 가지고 주님께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걷는 우리나라와 지구촌 전체를 위해 기도할 때, 주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지음 받은 주님의 모든 자녀들과 온 땅이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픔 가운데 주님에 그곳에 함께하신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이웃의 고난을 상기하며 그곳에 우리를 초대하시는 주님께 탄원의 기도를 올려 드렸다.
떼제 예배에서 사용되는 '초'의 의미는 '빛'이다. 빛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사용되는 붉은 천은 그리스도의 보혈, 성령님의 강림과 내재하심, 그리고 충만케 하심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어둠을 이겨내고 밝히 비추는 작은 불빛! 그 빛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기도를 할 때에, 고요한 중에 세상을 환히 비추시는 그리스도를 느낄 수 있었다!
떼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먼 곳에서 오신 분들이 많다고 한다. 저녁식사도 거르고 오신 분들을 위해 떡을 나누어 주셨다. 누가 대접해 주신 것인지 잘 알 수 없지만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딸과 나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참석하였기에, 떡을 들고 오지는 않았다.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아, 모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잘한 것 같다...
기도를 마치고 여객기 참사 분향소에 들러 추모와 애도를 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평화기도는 2025년 2월 14일이다. 딸과 함께 다시 오려고 한다.
'일상 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란말이와 가지나물 무침, 그리고 파지 연어회로 토요일 저녁식사를 하다... (0) | 2025.01.18 |
---|---|
바삭견과, BASAK NUTS (0) | 2025.01.17 |
당근라페와 시금치 나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0) | 2025.01.09 |
신상 아이스크림, 홈플러스에서 구매한 이태리 아이스크림 4종 (0) | 2025.01.09 |
딸과 함께 저녁을..., 삶을 논하다... (0) | 2025.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