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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수제 쿠마토 스파게티, 가성비 쿠마토로 만든 기상천외한 스파게티, 가성비족, 발길 잡은 쿠마토

by tat tvam asi 2025.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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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가성비족'이라고...☺️😉😁✨💕

많은 성도님들을 좋은 것으로 섬기고픈 마음에,

가족 구성원 모두 발품을 팔고, '당근'을 하고,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중시하며 여러 곳을 서치하여,

가성비템을 구입한다.

 

시부모님께 설 인사를 다녀오면서, 이번엔 시댁 근처인 화곡동 베스트마켓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마켓을 쭉 돌다가, 가족들의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바로 2kg, 세 상자에 오천원이라는 쿠마토...

 

대저 짭짤이 토마토나 흑토마토를 아주 좋아하는 우리들로서는,

"토마토를 이렇게 싸게 팔 수도 있나? 역시 베스트마켓이네!"하면서,

얼른 세 상자의 쿠마토를 카트에 담았다.

그런데, 쿠마토를 담으면서 보게 된 문구가 하나 있었다.

'말랑한 토마토입니다'라는...

그때까지는 그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일단 흑토마토의 색상과 쿠마토라는 명칭이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일반적으로 토마토는 빨간색 빛깔을 가지고 있지만,

쿠마토는 검붉은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익으면 익을수록 더욱 검붉은 느낌이 강해진다.

 

쿠마토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제도에서 자생하던 품종이었다고 하는데,

방울토마토보다는 크고 일반적인 토마토보다는 작아서,

가격이 적당하다 싶으면 여러 상자를 구입해서 쟁여놓고 먹었었다.  

그런 흑토마토를 오늘 마트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다!

 

딸과 나 둘이 "개꿀스~~~"하며,

세 상자를 더 담았다. 총 6상자를 사게 된 셈이다.

색상도 얼마나 예쁜지...

가슴이 뿌듯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상자 하나를 열어 씻어서 먹어보고는, 기절을 하는 줄 알았다.

어! 상한 거 아냐?

'이런 걸 팔 수가 있나?' 싶었다.

'말랑한 토마토입니다'라는 문구는 틀린 문구였다.

'상한 쿠마토입니다'라고 써 놓았어야 했다.

화가 나고 속상했다.

남편과 딸을 불러, 싱크대 앞에 서게 했다. 

그리고 쿠마토 한 개씩을 먹어보게 했다.

둘이 동시에 하는 말...

"상한 건 아닌데, 가기 일보 직전이다. 어떻게 이런 걸 파냐?"

사온 그날, 싱크대에 서서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물컹한 느낌의 쿠마토는 미련없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대로 살릴 수 있는 것을 깨끗이 씻어서 익혀 먹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수제 토마토 소스를 만들기로 했다.

 

해결사 딸이, 손을 걷어부쳤다.

"엄마! 속상해 하지마~ 내가 팔팔 끓여서 탈 안나게 토마토소스 만들어볼게!"

큰 볼에 살려낼 수 있는 쿠마토를 담고, 가위로 듬성듬성 썰었다.

 

 

"재배를 잘못한 건지, 단맛조차 하나도 없는 기막힌 쿠마토를 어떻게 해야 맛난 소스로 변신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딸이, 양파와 마늘을 올리브유에 볶기 시작했다. 

볶아진 야채에 레드 페퍼(red pepper)도 적당량 넣어, 매운맛을 추가했다.

 

 

얼추 볶아진 양파와 마늘, 지원군으로 동원된 레드 페퍼에 드디어 문제아(問題兒) 쿠마토를 넣고 팔팔 끓였다.

"엄마! 그런데 왜 김치찌개 비슷한 냄새가 나지?" 하더니,

치킨스톡 두 개를 까서 넣었다.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인즈 케찹도 새로 개봉해서 넣고,

앵커버터로 풍미를 더하려는 딸의 간절한 손길...

 

 

 

혹시 수제 토마토 소스가 괴상망측한 맛을 낼까 싶어, 오븐에다가는 삼겹살을 굽고...

옆 화구에서는 물을  끓여, 스파게티면을 넣는 딸 ...

 

 

 

이런 전력투구 끝에 탄생한 수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어떤 희한한 맛이 날까..."하며 한 입 먹었는데...

어!!! 근데 맛있어~~~😯😮 왜지?!?!?!?!?!😉🤩 어떻게 맛있을 수 있지...

 

우리 세 식구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먹어야 된다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싼 게 비지떡이다' 싶은 생각에,

'다시는 가성비족 자랑하나 봐라'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그 스파게티가 맛있는 거다...

이게 웬일이니?

 

한가득 만든 쿠마토 스파게티를, 세 식구가 신기해하며 맛있게 먹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맛있는 게 신기해서 많이 먹었다.

 

 

 

우리집 약방의 감초 같은 당근라페와,

김장김치 & 오이김치와,

삼겹살구이도, 

오늘의 주인공인 '수제 쿠마토 스파게티'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딸이 말했다.

"엄마! 남은 쿠마토를 내일 몽땅 끓여서 수제 쿠마토 소스로 만들어 놓는 게 좋겠어.

오늘은 이걸 살릴 수 있을지 몰라서, 일단 한 상자만 실험 삼아 만들어봤는데,

먹어 보니 꽤 괜찮아서, 익혀 먹는 소스로 다 끓여 놓을게.

식힌 다음에 여러 개의 비닐백에 넣어,

얇고 평평하게 해서 냉동실에 얼려놓지 뭐..."

 

"좋은 생각이다! 끓여 먹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라고 남편이 답했다.

 

"이젠 말랑하다는 토마토는 우리 사전에 절대 금물이야!!!

큰 교훈 하나 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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