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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열두대문 계절밥상

by tat tvam asi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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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全世界)의 맛집 탐방을 하는 전문 블로거가 되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온 가족 다함께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며, 세상을 두루 관찰할 기회를 얻고 순간순간 주어지는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칼럼이나 탐방 일지를 쓰고 싶지만, 지금은 맡겨진 사명을 감당해야 할 시기이다. 

 

바로 지난 주에 친정엄마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낸 나를 위해, 남편이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쪽으로 나가보자는 남편의 말대로, 일단 밖으로 나와 눈에 들어오는 메뉴를 정하기로 했다.

백운호수는,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청계산과 백운산, 모락산이 만나는 지점의 평지에 위치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맛집과 카페가 모여있어, 수도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이다.

백운호수 일대를 쭉 돌아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계절밥상 특선이 15,000 이라는 현수막이, 한 군데도 아니고 식당 건물 양쪽에 크게 붙어 있었다.

15,000원짜리 특선 메뉴가 있다는 말이지?!!!

 

 

 

남편과 함께 여기서 먹기로 결정하고는 외관부터 살펴보았다.

괜찮을 듯 싶었다.

 

 

"열두대문 한정식과는 다른 곳이네..."하면서 남편과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아! 이곳 사장님이 임영웅 팬이신가 보다..."

임영웅의 사진과 브로마이드가 넓은 식당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굿즈까지도...

 

 

 

 

1시 40분 쯤에 방문한 터라, 손님이 많지 않았다.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다, 밖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직원분이 오셔서 메뉴판을 내미셨다.

메뉴판을 보면서, 남편과 서로 '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현수막에는 분명 '계절밥상 특선 15,000'이 적혀 있었고,

그 밑에 바로 더덕갑오징어정식, 코다리정식, 제육정식, 간장게장정식이 쓰여 있었는데...

메뉴판에는 15,000 특선은 아예 표기되어 있지 않았고,

직원분이 '더덕 갑오징어 정식(1인)' 24,000원과 '코다리찜 정식(1인)' 22,000원을 주문하도록 안내했다. 그것을 주문하면 생선구이를 공짜로 준다는 말과 함께...

 

 

더덕 갑오징어 정식을 2인분 주문했다.  돌솥밥에 12가지 반찬과 된장국물, 상추 약간과 고등어구이가 나왔다.

 

 

반찬의 양이 소량으로 나왔다. 

워낙 조금씩 나왔기 때문에, 당연히 리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유채나물과 어향가지가 맛있었다. 멸치조림도 괜찮았다.

 

버섯볶음과 청포묵무침도 먹을 만했다.

 

 

 

메인인 더덕 갑오징어는 썩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2인 48,000원의 퀄리티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우선 후추 맛이 너무 강했다. 후추를 좋아하지만 격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군다나 더덕과 갑오징어가 가끔식 출현하여 남편은 나에게, 나는 남편에게 서로 갑오징어와 더덕을 찾아주느라 둘다 양파만 많이 먹은 느낌이 들었다.

갑오징어처럼 생긴 떡볶이 떡은 몇 개 집어 먹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양념 간이 너무 많이 센 편이라, 상추에 싸서 먹지 않고서는 그냥 먹기에는 버거운 맛이었다.

상추를 두 차례 가지러 갔더니, 상추를 냉장고에서 내주며 주인장이 말했다. 여기는 무한리필집이 아니라고...

 

 

돌솥밥의 양도 적은 편이라, 밥을 덜고는 물을 많이 부어야 간이 쎈 더덕 갑오징어와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예 처음부터 돌솥에 물을 잔뜩 부어 놓았다. 

 

 

식사를 하다가 놀란 것이 더 있었다. 

당연히 반찬 리필이 될 줄 알았다.

처음에 갖다준 양이 워낙 소량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한번 쯤은 반찬 리필이 되는 것이 정석일 터인데...

'반찬을 좀더 주실 수 있는지' 직원에게 물었을 때, 리필 반찬통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곳으로 와보니...

손님을 그다지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남자분이 총각무를 좀 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직원의 말이, 총각무는 리필이 안된다고...

달랑 2조각 나왔던 총각무조차 리필이 안된다니...

처음에는 연근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나올 때, 거의 브레이크타임이 가까이 됐을 때에야 연근이 나온 눈치였다.

이렇게 손님을 푸대접해서 장사가 지속될까...

물론 고물가시대에,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는 한데... 

 

 

내가 이곳을 재방문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현수막에,  '계절밥상 특선 15,000'

'더덕갑오징어정식, 코다리정식, 제육정식, 간장게장정식'으로 손님을 들어오게 해서, 전혀 다른 가격이 제시된 메뉴를 고르게 했기 때문에...

 

● 2인 48,000원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더덕 갑오징어(양파만 많이 들어간) 요리가 나와서...

 

● 상추를 두 번 더 달라고 했을 때, '여기는 무한리필 집이 아니라'는 표현을 쓰며 손님을 푸대접했기 때문에...

 

● 정식에 나온 반찬이 단 한 번도 리필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 계산을 하면서, 주인장에게 '메뉴판을 한번 더 보여주면 좋겠다'는 정중한 부탁을 했을 때, '그냥 인터넷에 들어가보라'는 투박한 대답을 돌려 받았기 때문에...

 

● 손님이 없는 브레이크타임이라 차를 좀더 주자해 놓고 잠시 걸어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일언지하에 거절하였기 때문에...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요식업계에 몸담고 계신 분들도 손님들에 대한 친절과 배려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하리라...

 

나처럼 느낌을 중시하는 까탈스런 손님이, 이런 방문 후기를 작성하여 남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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