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을 시작하며
요 20:30-31
오늘부터 4복음서 중의 한 권인 ‘요한복음’을 나누려고 합니다.
우리가 요한복음을 상고하기 위해서는 먼저 요한복음이 기록된 목적에 대하여 알아보아야 하는데, 친절하게도 기록 목적이 오늘 본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래서 1장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본문부터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1. 먼저 31절에 ‘믿는다’는 말이 두 번 반복되어 있습니다.
요 20:31 /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요한복음에는 ‘믿는다’라는 말이 98번이나 등장합니다. 요한복음이 이렇게 믿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요한복음이 기록될 당시 이미 믿음에 대한 오해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우리 성도들에게 있어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은 의심할 여지없이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지만(만일 이것을 거부하면 당연히 이단이지만), 사도 요한이 요한복음을 기록할 당시에는 성도들 중에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에 대하여 의심하는 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성도들이 그렇게 의심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앞서 당시 많은 거짓 형제들이 인본주의적인 달콤한 거짓 복음으로 성도들을 미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오늘 본문인 20:31에서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 또 너희로 믿고 그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라 강조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성경의 기록을 통해 ‘복음을 변질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에 요한복음은 믿음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눕니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눕니다.
요한복음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기록함으로써 ‘믿음은 단지 기적을 보고 믿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가르치신 말씀을 삶의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까지를 포함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한복음은 여기에 더해서, 요한복음이 기록하고 있는 기적들에 대하여 ‘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표적이란 일종의 신호로서, 기적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적을 통해 다른 무언가를 가르치고자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요한복음에 기록된 기적들에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꼭 가르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은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요한복음에는 이중 삼중의 의미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겉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씀처럼 보이지만 깊이 묵상해 보면 보다 깊은 진리를 찾아낼 수 있는 말씀들이 매우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여러분 모두 요한복음을 상고할 때, 말씀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깊은 뜻’을 찾아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요한복음이 기록된 시기는 대체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이 기록된 후인 AD 85-90년경으로 봅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유대인들이 ‘구약성경’을 발표한 ‘얌니아 회의’가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승천하신 후 교회가 탄생하고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자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들이 큰 위협을 느끼고 구약성경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그 중심에는 유대교 율법학자였던 바리새파 대제사장 ‘요하난 벤 자카이(Yohanan Ben Zakai)’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AD 66년에 열심당원이 주도한 로마제국과의 전쟁 중에 예루살렘성이 로마군에게 완전히 포위 당하자 자신들이 전쟁에 질 것을 예견하고 제자들에게 자신이 죽었다는 거짓소문을 퍼트리게 하고 그의 제자들에게 자신을 관에 넣어 성 밖으로 나오게 해서 당시 로마군 사령관이었던 ‘베스파시안’을 만납니다. 그는 베스파시안이 로마황제가 될 것을 예언하면서 예루살렘을 점령하게 되면 자신이 지정한 건물 하나만은 파괴하지 말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베스파시안은 요하난 벤 자카이의 예언대로 AD 69년에 로마황제가 되었고, AD 70년에 그의 아들 ‘티투스’에 의해 성전이 완전히 파괴되는 와중에도 베스파시안과의 약속에 의해 조상으로부터 전해오던 하나님의 말씀 두루마리들을 보관한 건물은 불에 타지 않고 보존되게 됩니다.
그 후 예루살렘이 완전히 파괴되어 그곳에서 살수 없게 되자, 요하난 벤 자카이와 유대 율법학자들은 비교적 가까운 지중해 연안의 도시 얌니아로 이주하고 로마제국으로부터 종교생활에 대한 보장을 허락 받습니다. 그래서 얌니아는 많은 유대 율법학자들이 활동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 후, 요하난 벤 자카이는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나자 큰 위협을 느끼고 유대교의 위상을 높이고자 AD 90년경에 유대 율법학자들을 얌니아로 불러 모아 39권의 유대교 경전, 곧 구약성경의 정경을 확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유대인들이 이렇게 기독교인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유대교 경전을 기독교가 그대로 받아들여 오늘날의 구약성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구약 39권이 정해졌고, 그로부터 200년 후 397년에 카르타고 종교회의에서 신약 27권이 정해짐으로 오늘날의 66권 성경이 완성됩니다.
3. 요한복음은 세 가지 사실에 초점을 두고 증언합니다.
첫째는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를 대적하는 유대인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초대 교회를 박해하고 공격하던 유대인들은 예수님 당시에 예수님을 불신앙하고 훼방했던 바로 그 유대인들임을 증언합니다.
세 번째는 ‘교회와 유대교는 무엇이 다른가?’하는 것입니다.
교회에는 유대교가 할 수 없는 죄 사함과 구원(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말합니다.
4. 유대인과 요한 공동체의 관계
요한복음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요한공동체가 직면한 문제 중의 하나는, 교회를 엄청나게 박해하고 있는 유대교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요한복음이 기록될 AD 90년 무렵에 유대교와 기독교 공동체 사이에는 적대감이 팽배해 있었습니다. 이 무렵 요한공동체는 유대교인과 기독교인 중 누가 과연 이스라엘의 성서인 구약성서를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누가 과연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바르게 알고 믿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요한공동체가 얻은 대답은 예수를 믿지 않는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는 성경의 의미도 제대로 모를 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구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만 있고 율법에는 없으며, 그리스도인들이 지켜야 하는 것은 율법의 계명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새 계명이라는 것입니다(요 13:34-35 ; 15:12 이하).
또한 요한공동체는 예수와 하나님을 신성을 함께 가진 신적인 존재로 고백하고, 자신들을 진정한 포도나무의 가지들, 곧 하나님의 종말적인 백성이라고 믿었습니다(요15:1-8). 그러나 이러한 요한공동체의 그리스도 믿음과 자기 이해는 유대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었고, 그래서 소수 공동체였던 요한공동체는 유대교로부터 미움과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요 9:22 ; 12:42 ; 16:2). 유대인들이었던 요한공동체의 그리스도인들은 동족 ‘유대인들’ 안에서 예수의 적들을 보았습니다.
요한공동체는 외부적으로 유대 회당공동체로부터 엄청난 박해 가운데, 회당에서 추방당할 뿐만 아니라 유대인이라는 정체성마저도 부정당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요한공동체는 유대인 회당 속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 때 요한공동체는 유대교 회당의 구성원으로서 지위를 보장 받고 있었고, 유대인들의 절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속에서 동료 유대인들에게 예수가 메시아라는 것을 확신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요한공동체 역사에서 중요한 전기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AD 70년 성전 파괴 이후 어느 시점부터 요한공동체는 회당에 참여할 수 없도록 추방당했습니다. 요한복음이 기록되던 AD 90년 무렵에 기독교 공동체와 유대교의 회당 공동체는 예수가 누구냐 하는 문제로 논란을 벌였고,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신앙의 고백을 한 사람은 누구나 회당에서 쫓겨났습니다. 예수에 대한 진정한 신앙고백은 신자의 삶에 깊은 흔적과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당시 유대인으로서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유대사회로부터 배척을 받는 결과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으로 요한공동체에게 있어 유대인이라는 표현은 불명예스러운 말이 되었고, 그들 스스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5. 참조할 것
오늘 본문은 사람들이 이것을 믿고 영생을 얻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기록목적이라고 말씀합니다. 특히 요한복음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는 ‘나는…이다’라는 자기선언이 일곱 번 나타납니다.
① 나는 생명의 떡이다.
② 나는 세상의 빛이다.
③ 나는 양의 문이다.
④ 나는 선한 목자다.
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⑥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⑦ 나는 참 포도나무다.
또한, 오직 하나님만이 행하실 수 있는 일곱 가지 표적들이 나타납니다.
① 가나 혼인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표적
② 말씀으로 왕의 신하 아들을 치유하신 표적
③ 치유가 불가능한 38년 된 병자를 치유하신 표적
④ 광야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나타내신 표적
⑤ 물 위를 걸으신 표적
⑥ 실로암의 맹인을 치유하신 표적
⑦ 죽은 지 나흘이나 된 나사로를 살리신 표적
우리는 이러한 예수님의 일곱 가지 자기 선언과 일곱 가지 표적을 통해 예수님이 누구신가에 대하여 배우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요한복음을 한 구절 한 구절 살펴보면서 이 책이 기록된 목적을 깨닫고 각자의 삶을 통해 그 뜻을 이루어 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이 내용은 지금 그레나다에 선교사로 나가 있는 아들, 최찬영의 논문을 많이 참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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